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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푸 Sep 30. 2015

인연에 진심을 다해야 하는 이유

Waiotomo

  아침에 사이트비용을 지불하고 핸드폰 충전을 부탁드렸다. 예전에 엄마가 겨울에 김장을 하고 광에 연탄을 채워 넣으면 든든하고 배가 부르댔다. 어제 피하에서 출발할 때 연료를 가득 충전해 뒀고 해밀튼에서 80퍼센트 충전되신 오! 나의 구글맵님이 있어 든든하고 배가 부르다.


  뉴질랜드는 여행정보센터가 잘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친절해서 막던지는 내 영어도 고맙게 살펴 들어준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일단 i-site를 찾아가 관광정보를 찾아보고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숙소를 잡아 들어가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이번에도  i-site에 먼저 들러 안 군과 모모에게 spellbound라는 동굴탐험을 골라주고 예약해 두었다. 탐험시간까지 2시간쯤 남아 바로 앞 Top10에 사이트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이 홀팍은 동굴탐험 출발지도, 밤늦게까지 운영되는 카페도 바로 길 건너에 있어 좋았다. 오늘 저녁은 저 카페에서 사 먹으리라ㅎㅎ 


동굴탐험을 기다리며




   나는 뉴질랜드에 와서 은하수를 세 번 목격했는데, 첫번째는 하늘을 흐르는 별들의 은하수였고 두번째는 어젯밤, 사람의 흔적을 찾아 헤맬 때 언덕을 넘자 갑작스레 눈앞에 펼쳐진 해밀튼의  은하수였으며, 세번째는 바로 지금 와이토모동굴의 글로우웜 은하수였다.


밤하늘의 은하수가 아니다. 동굴 속 글로우웜 은하수이다.



  글로우웜은 신비로운 곤충이다. 동굴 천장에 붙어 반딧불이처럼 꽁지에서 빛을 내는데 생긴 건 밀웜처럼 생겨 좀 징그럽다. 불빛으로 먹이를 유인해 구슬발처럼 늘어뜨려놓은 끈끈이에 붙은 곤충들을 먹고 산다는데 그 생태는 꼭 거미같다. 그런데 그들이 동굴 천정에 붙어 모여 있으면....별이 된다! 


점점 실체를 드러내는 그들
끈끈한 줄 끝에 밀웜같은 생명체가 매달려 있다


  모든 인공빛을 꺼버리고 천장을 흐르는 글로우웜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조용히 흐르는 고무배에 몸을 맡기는 20여분을, 안 군과 모모는 흐름을 깨지않고 고요히 앉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들의 머릿 속은 모른 채로 나는 엉뚱하게도 톰 소여가 생각이 났다. 인적없는 동굴을 촛불과 실에 의지하며 걸어들어가다니...불을 끄면 단 1mm 앞도 안 보이는 절대암흑 속에서 감히 한 발짝 뗄 수 있었을까. 갑자기 멀미도 난다.



  글로우웜 동굴밖으로 나와 또다른 동굴을 찾아 걸어가는 길이 좋았다. 차로 달리며 이런 구릉을 볼 때마다 걷고 싶었는데...지구의 나이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씩 갖춰졌다는 동굴의 신비함에 대해 설명하시는 가이드의 유창한 영어를 오스트리아 스웨덴 기타등등 각국 사람들은 잘 알아듣기도 하지. 



구릉을 걷는 안 남매


야생? 양을 만나는 비현실적인 체험도 가능하다



  설명을 하나도 못 알아먹어서 좀 아쉬웠던 귀머거리 동굴체험을 마치고 나는 아이들을 재촉해 캠퍼밴으로 돌아왔다. 긴장과 피곤이 온몸을 뒤덮고 있다. 홀팍에 놀기 좋은 수영장과 핫풀이 있어 아이들은 잘 놀았고, 난 저녁을 사먹을 것이므로 핫풀과 썬베드에 자유롭게 퍼졌다. 이쯤되니 집도 그립고 말 할 사람 없어 외롭기도 하고...여행끝나고 돌아갈 집 없으면 여행도 즐겁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 때 즈음 옆에서 트램폴린을 뛰는 아이의 한국말소리!!! 우리셋은 반사적으로 철창에 매달려 말을 걸었다ㅋㅋ


  분당에서 15일 일정으로 여행 오셨다는 인상 좋고 말투 살가운 부부.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아이들이 어울려 놀기도 하는 가운데, 로토루아로 떠나는 여행일정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혹 못 만날까봐 사진을 찍는 다음날 아침, 우리는 하루 뒤 로토루아 코지코티지홀팍에서 함께 묵자고 약속을 해 두었다. 바로 이럴 때 인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우린 좁은 땅에서도 못 만나고 살았던 사이인데 이 넓은 땅에서 이 날, 같은 경험을 하고 아는 사이가 되었다. 인연에 진심을 다해야겠다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길 건너 카페에서 별 기대않고 시킨 립이 끝내주게 맛있었다. 안 군은 오랜만에 맛있는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말이 통하는 놀이를 하더니 기분좋은 잠자리에 들었나 보다. 이불 속에서 수푠이 소리를 내다가 잠이 들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여행은 예상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기분좋은 반사각을 가지고 있는 예기치 못한 만남들의 나비효과를 상상하며 나도 어제의 긴장을 풀고 좋은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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