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orua
나는 오토로항아가 내 뒷통수를 잡을세라 아이들이 잠에서 깨기도 전에 차를 몰고 나섰다. 오토로항아와 멀어질수록 나쁜 기분이 조금씩 옅어졌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추억을 남겨주길.
로토루아로 향하는 길. 1시간 30여분의 운전은 오전이고 또 넓은 길이라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아빠 어디 가 뉴질랜드 편에 로토루아의 즐길거리가 여기저기 소개되었던 모양이다. 한국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 I-site에서 각자 원하는 전단지를 골라보라고 하니 모모는 레일크루즈와 조브, 안 군은 마오리빌리지와 루지 그리고 조브를 챙겨왔다. 조브는 공속에 사람이 들어가 물언덕을 구르는 놀이기구인데, 아쉽게도 모모가 나이 제한에 걸려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모모가 미열이 있고 변이 묽어서, 몸 쓰는 활동은 피하고. 오늘은 레일크루즈와 마오리빌리지를 다녀와 잠을 자고 내일 루지를 타기로 했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오붓하게 단선으로 달리는 레일크루즈. 운전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달려주니 크루즈가 맞는구나. 언젠가 레일'바이크'를 타고 며칠 허벅지 근육통에 시달렸던 생각을 하니 더욱 상쾌하다. 1시간 30여분을 달리는 동안 나는 바람에 어제의 나쁜 기분과 운전의 피로감을 9할 이상 날릴 수 있었다.
저녁식사는 마오리빌리지투어에 포함된 항이 요리로 가볍게 넘기려던 나의 계획은 연기되었다. 오후가 되니 모모의 장염 증세가 심해져 열이 오르고 변이 새고 엉덩이가 짓무르고 있었다. 아이고... 여기 와서 이 오누이들이 별거 다 하는구나. 아무래도 그제 홀팍 수영장에서 물을 흠씬 마시더니 그게 탈이 되었나 보다. 가져간 약을 먹이면서 오늘 추이를 지켜보다가 약이 듣지 않으면 병원에 가 보기로 하고 병원 위치를 알아 두었다. 마오리빌리지 투어도 일단 내일로 미루었다.
저녁은 숙소에서 흰죽을 끓여 조촐히 먹었다. 다행히 모모가 흰죽을 잘 먹고, 안 군은 컵라면에 김치면 다 좋단다. 저녁을 먹고 숙소 뒷바다에 나가 보니 과연 소문대로 곳곳에 온천수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또 소문과는 다르게 핫 워터비치에는 핫 워터가 없고 녹조가 낀 찬 바닷물만 있어 우리만의 스파를 만들어보려는 당찬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대신 숙소에 있는 스파풀로 대신해 본다. 모모는 풀에 들어가지 못해 내내 울먹거렸으나 사진 찍을 때만은 활짝 웃어주었네ㅎㅎ
느슨한 약속이었지만 약속대로, 정헌이네 가족이 저녁에 이곳에 찾아 들어왔다. 내일 루지를 친구들과 타게 되어 안 군은 더욱 신이 나서 잠자리에 들고 나는 모모의 상태를 지켜보느라 잠 못 드는 로토루아의 첫날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