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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경지 May 14. 2018

이드로부터 해방된 기투존재, 폴 (1)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Attila Marcel)>; 존재와 기억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원제:Attila Marcel)>은 다양한 미장센을 품고 있다. 이를 주인공 폴의 시점에서 나타난 시각적 장치, 그리고 영화 전반을 주도하는 음악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또한, 마담 프루스트라는 캐릭터를 통해 현대 주요 사상으로 평가 받는 정신분석학뿐만 아니라 실존주의 철학까지 살필 수 있다.



 시각적 장치로써 상징적인 사물들은 그 자체, 혹은 다른 것과의 대비를 통해 그 의미를 드러낸다. 세상에 무관심한 폴이 집어먹는 슈게트는 속이 빈 상태로 부풀려진 프랑스 빵이다. 이러한 빵의 생김새는 폴의 공허한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또한 마담의 정원에서 마루를 비집고 피어난 잡초, 또는 마담이 쥐어주는 흙 묻은 채소들과 대비되어 그 공허함이 강조된다.

 폴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은 비단 슈게트 뿐만이 아니다. 그가 사는 집과 그의 방 역시 폴의 심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응접실은 거대한 피아노 때문에 사람들에게 겨우 비좁은 공간만을 허용한다. 피아노는 강제성 혹은 비의지성의 상징물로, 그곳에 풀을 심어 극복하기 전까지 그에게 상당한 크기의 존재이자 짐이다.



 폴의 방은 유년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어머니 사진, 모빌 등으로 가득 차있다. 그가 어린 시절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마담 프루스트는 폴의 유년에 대한 향수가 스스로에게 십자가임을 암시하듯, 십자가가 있던 자리에 곰 인형을 걸어둔다. 인형을 십자가의 자리에 대체함으로써 폴을 예수에 비유하게 되는 꼴인데, 이는 결코 우연적 영상 장치가 아니다. 이는  폴의 나이가 33세로 예수의 나이와 같다는 점(33이라는 숫자는 예수의 나이로서 예수를 상징하는 수적 매개체로 종종 사용된다.), 폴이 행복한 기억이 아닌 끔찍한 사고 현장을 목격함으로써 받게 되는 충격이 삽입곡 ‘유다의 배신’으로 표현된다는 점 등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폴을 지켜보고 그가 과거의 기억을 보거나 극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존재는 마담 프루스트이다. 그녀는 과거의 기억이 자신을 구성하고 있고, 그것을 끌어낼 수 있다고 소개하면서 정신분석학적 입장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 자체는 환상적인 차와 마들렌에 의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폴이 과거의 기억을 극복하고 스스로 설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바, 궁극적으로 실존주의 철학 사상을 굳게 믿는 캐릭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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