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프로그램 <환승연애>
영화는 기본적으로 ‘if’, ‘만약~한다면?’을 가정하는 장르다. 만약 대도시에 괴물이 나타난다면?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시한부라면? 우리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등등.
그중에서도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에 대한 ‘만약’을 다룬 영화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이터널 선샤인>과 <라라랜드>, <500일의 썸머> 등이 이에 해당한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라는 모두가 한 번쯤 해봤을 가정에 대한 답을 이 영화들이 풀어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라라랜드>에서는 어긋난 타이밍과 씁쓸한 회한을, <500일의 썸머>에선 덤덤해서 잔인한 현실을,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운명론적 관점에서 연인과의 재회를 이야기한다.
최근 종영한 tving 오리지널 <환승연애>역시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난다면?’이라는 영화적 소재를 현실에서 풀어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한 집 안에 모인 일반인 출연자들은 헤어진 연인과 새로운 연인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다양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환승연애의 인기 요소는 자극적인 소재를 의외로(?)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낸 연출과, 누가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예상해보는 재미도 있겠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이유는 영화에서나 가능했을법한 이런 ‘만약’이라는 주제를 현실로 옮겨다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장면들이 펼쳐졌기 때문일 테다.
오히려 환승연애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일반인들의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 순간마다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격언이 무색해지곤 했다. 이 프로그램엔 라라랜드의 회한을, 500일의 썸머의 현실을, 이터널 선샤인의 운명론이 전부 녹아 있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출연진들은 저마다 각자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마주하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프로그램 속 출연진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헤어진 연인들을 떠올리며 ‘만약 그 사람과 다시 만나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하고 영화적 상상을 해보게 된다. 출연진들처럼 헤어진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할 수도, 헤어진 옛 연인을 다시 붙잡을 수도, 어긋난 타이밍에 좌절하고 인정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아무리 수많은 가능성의 만약을 가정하더라도 현실로 직접 맞닥뜨리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는 개연성이 없다. 만약 영화 시나리오였다면 ‘개연성이 없다’며 만들어지지 않았을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펼쳐진다. 어찌 될지 모르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현실에서의 우리 삶이다. 그리고 만약 현실에서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내 마음이 어떨지 전혀 가늠할 수 없지 않을까? 언제나 현실은 개연성 없이 우리의 예측을 한참 빗겨나가므로.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정을 세우자면, 아마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저 닳고 닳은 진리를 뼈아프게 깨닫는 순간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