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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Nov 18. 202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뭘까요?

Jay의 세 번째 엽서(2021.11.15)

* 이 글은 제가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Jay의 엽서 세 번째 메일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구독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772



이번 주는 유독 피곤한 한 주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시간제한이 사라지면서, 조금씩 저녁 약속이 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래선지 이번 주는 유난히 피로가 가시질 않았어요. 금요일엔 퇴근하고 완전 뻗어서 여덟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들었지 뭐예요. 금요일에 일찍 잠드는 일만큼 억울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신나게 새벽까지 놀아줘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 봤자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는 게 다겠지만 말이에요.


이번 주는 다음 주에 있을 건강검진을 위해 수요일 이후로 저녁 약속도 안 잡고 최대한 집에서 보냈는데도 왜 이상하게 피곤했을까요?  빼빼로데이라고 수요일에 하루 종일 쿠키를 구운 탓도 있을까요? 서른셋이란 그런 나이인 걸까요...(눈물)

저는 친한 선배와 함께 디즈니 플러스 1년 정기구독을 시작했어요.


그 선배가 구해 온 다른 두 명까지 더해 총 네 명이 함께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고 있어요.


처음엔 좀 주저했는데 글쎄 디즈니 플러스에 들어간 순간 저는 이성을 잃고 말았답니다... 역시 저는 디즈니 세대가 맞았나 봐요. 왜 이렇게 볼 게 많은 거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잔뜩 신이 나버렸어요.


그러고 보니 이번 주는 유난히 OTT에서 많은 작품들을 봤어요. 티빙의 <술꾼 도시 여자들>, 넷플릭스의 <아케인>,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의 <만달로리안>까지. 저마다 성격이 다른 작품들이지만 세 작품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게임 League of Legends(이하: 롤)를 배경으로 하는 <아케인>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줬습니다. 롤을 모르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더라고요. 물론 알고 있다면 더 재밌겠지만 말이죠.


저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으로 구독 중인 티빙과 넷플릭스, 그리고 이번에 구독한 디즈니 플러스까지 총 세 개의 OTT를 구독 중인데 여러분은 얼마나 구독해서 보고 계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금요일에 그렇게 뻗어버리고 나서 주말 동안은 평일 동안 하려고 벼르던 일들을 했어요. 요리를 하고(위 사진의 왼쪽은 동파육, 오른쪽은 풀드포크입니다. 둘 다 다섯 시간씩 걸리는 요리였죠), 집안을 청소하고, 냉장고를 정리하거나 하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정리해서 저를 추천해주시겠다고 하신 감사한 분께 보냈습니다.


아마 내일 그분을 만나 저녁을 먹을지도 모르는데, 부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디오 콘텐츠를 기획하는 직무인데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릴 적부터 제가 하고 싶었던 직업은 라디오 PD였거든요. SBS에 최종 탈락한 이후로는 생각이 좀 바뀌어서 방송사 지원은 더 이상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서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번 주 하이라이트는 <고장 난 론>을 보고 온 일이었답니다.


요새 뭔가 자꾸 루틴처럼 일요일 아침에 조조영화를 보게 되는데, <고장 난 론>역시 그렇게 보고 온 영화였습니다. 여덟 시 알람에 깼다가, 늦잠을 자고 싶어서 취소하고 밍기적대야겠다! 했는데 글쎄 영화 시작 20분 전에는 표가 취소가 안된다는 거예요. 부랴부랴 씻지도 않고 모자만 뒤집어쓴 채 영화관으로 달려갔죠.


만약 영화를 보지 않고 지나갔으면 후회할 뻔했어요. 극장에서 울다 웃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영화를 보고 나왔습니다. 아래는 짧게 쓴 영화에 대한 리뷰예요.


애니메이션 <고장 난 론>은 개인화된 최적의 알고리즘을 통해 내 취향에 맞는 것만 접하는 세상에서 더 나아가, SNS와 인터넷을 통해 습득된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나와 딱 맞는 친구만을 사귀게 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배경 설명만 들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겠지만, 영화는 과연 IT기술로 친구를 취사선택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답은 물론 ‘그렇지 않다’를 전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AI와 알고리즘이 고도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과연 ‘인간을 인간답게’만드는 요소인 부족함과 결핍, 실수까지 구현해낼 수 있을까?

기술의 발전이 과연 인간에게 좋은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갖고 사는 나에게는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들에 대해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두 시간이었다.

스마트폰의 진화형처럼 보이는 비봇 ‘론’과 소년 ‘바니’의 교감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2년작 <E.T>를 떠올리게 했다. 미지와의 조우, 우주 탐사 시대에는 그 대상이 외계의 생명체였다면 2021년에는 그 대상이 AI와 알고리즘일지도 모르겠다.


올 하반기 아니, 올 한 해를 통틀어 가장 마을을 찌르르 건드렸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소울>도 올해 나온 영화였네요. 세상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요? 연말이 조금씩 실감 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일주일 보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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