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잔타르 만타르, 별들의 정원
하늘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 그것은 곧 별들과 협력하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계획을 포기하는 것이다
루돌프 슈타이너(인지학의 창설자)보다 먼저 달을 고려한 정원사. 달을 관찰하는 것이 경험적이며 불확실한 과학이라 칭할 수 있으나 정원사는 달을 제외하고 정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달과 별과 같은 하늘의 운동이 정원에 존재하는 생물체들에 대해 깊은 영향을 미친다면, 이 존재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공간의 형태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클레망에 따르면, 역사상 거의 모든 대규모 정원은 여러 관점에서 별들의 운행과 하늘의 신비에 근접해 있지만 그 어떤 정원도 이 두 가지를 주요한 주제로 삼지 않았다고 한다.
한무제 정원의 정자는 보름달을 바라보기 위해 설치되었고 베르사유궁의 왕의 방에서는 정해진 시각에 지는 태양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천체 정원'이라 불리는 잔타르 만타르 Jantar Mantar는 관측소로서 측정기구들이 정원 안에서 공간을 표시한다.
잔타르 만타르에 들어서면 일반적인 도시공원처럼 보이지만, 중앙 해시계인 삼라트 얀트라 Samrat Yantra 한가운데 서면 에셔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그는 말한다. 전망대, 둥근 지붕, 원형 경기장 등 모든 것이 현기증을 일으키며 무한을 탐험하도록 도와준다고. 조성될 당시 프랑스의 천문학자들의 도움이 있었다는데, 18세기 천문학자들을 매개로 인도와 유럽이 예부터 연결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잔타르 만타르 공간을 구성하는 기념물들과 유사한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확신하는 그. 그 어떤 정원이 이처럼 대담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세계의 창조를 위해서는 어떤 무대장식술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챕터 말미에는 캐 브랑리 Quai Branly 미술관 정원을 소개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대륙의 고유 문명 유물을 전시하는 미술관의 주제에 맞게 클레망은 다양한 식물을 식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