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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Apr 02. 2017

54.8개월의 초급반 한글 수업과정을 마친 올리비에

한국문화원에서의 한글수업은 파리지엥들 사이에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엔 등록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한국 문화원 앞에 줄을 섰다고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등록을 하는 것으로 바뀌어 그 진풍경을 볼 수는 없지만 인터넷 등록조차 만만치 않은 경쟁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을 예상한 나는 올리비에와 나 포함 총 4명이 등록게시를 알리는 순간 컴퓨터 앞에 앉아 등록을 시도했다. 정말 거짓말처럼 5분도 안되어 모든 강의가 마감되는 순간이었고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줄 알았다가 내 친구로부터 등록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로부터 8개월 동안 올리비에는 에펠탑 근처의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주 2회 한글 수업을 들었다. 초반에 한글을 배우자마자 신기하게도 올리비에는 한글을 빨리 읽고 발음도 빨리 익혔다. 세종대왕님이 모든 발음을 과학적인 근거에 맞춰 발음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말 사실 인가보다. 그는 전혀 이해하지는 못하면서도 읽기에는 빠른 발전을 보였다.
 
초급수업이 끝나는 날, 한국 문화원에서는 수료생들의 재롱잔치가 있었다. 올리비에와 친구들은 초급반이었기에 매우 오랜 기간 연습을 통해 4분 정도 되는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재연하였다. 두 달 전부터 귀찮을 법도 한데 그는 매주 토요일마다 연습에 참여했고, 가끔 나도 그들을 찾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발음을 교정해주었다. 무엇보다 올리비에는 개콘 동영상을 계속 반복해서 보고, mp3로 소리만 따로 들으며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좀 기특하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6월 27일, 유치원 간 아들의 첫 공연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걸까?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웃지 않을텐데... 걱정이 앞섰다.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그와 반 친구들의 등장을 바라보았고 무대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 정말 감동 먹어 버렸다. 한동안 미웠지만 한글 공부 열심히 해줘서 정말 고마워! 아직 나에게 존댓말 쓰는 거 ... 그냥 당분간은 즐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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