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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Dec 05. 2017

64. 결혼식에서 친구들의 편지

나의 절친 화진+올의 절친 브루노, 그들이 결혼식에서 읽어준 편지들

나의 절친 '화진'의 편지

기억나지? 우리 대학교 3학년 가을, 여성학 수업에서 책갈피에 끼어있던 영화포스터 엽서 때문에 처음으로 얘기하게 되었던 거, 그로부터 1년 후 너를 따라 첫 부산영화제를 함께 떠났었지, 올해 부산영화제가 19회더라, 우린 그 1년 전에 만났으니, 벌써 20년이 지났구나     


처음부터 신기했었어, 중2때부터 자신의 꿈은 영화로 결정지었었다고 말하던 니가, 97년 영화일을 시작한 후, 우린 오랫동안 같은 분야의 일을 하며 거의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거 같아. 니가 프랑스로 떠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 생각하면 더 신기한 게 그거야, 네가 정말 ‘프랑스로 떠났다’ 는 것, 너의 가장 오래된 꿈은 영화였고, 그 다음 오래된 꿈이 프랑스였지 영화 일을 하고 언젠가는 프랑스로 가서 살고 싶다고 늘 말했었어. 그 다음 꿈이 키 그고 잘 생긴 남자를 만나는 거였는데. 심지어 외모지상주의 ㅋㅋ 너의 앞에 키 그고 잘생긴 프랑스 남자가 나타날 줄 이야… 게다가 너는 자유영혼을 가진 남자를 두려워하는데, 프랑스에서 가장 FM인 남자를 만났으니 친구야! 너는 아무래도 엄청난 복을 타고 났거나, 너의 꿈대로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완전한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구나!      


리스본에서 만난 프랑스 남자와 장거리연애를 하는 너는 곧 모두의 로망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땐 로망을 산산이 부서뜨리기도 하며 버라이어티한 몇 해를 선사해줬었지. 그러더니.. 이런 날이 오는구나, 우리에게 ‘ 결혼’ 이란 언젠가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어쩌면 영영 먼 것 같은 일 이었는데… 꽤 늦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오히려 지금 결혼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는 게 훨씬 좋은 일 인거 같아. 누리지 못한 청춘에 대한 아쉬움도 없고, 수많은 일을 겪으며 각자의 모난 구석이 둥글둥글해져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내의 폭이 넓어진 나이에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단단한 디딤돌을 미리 받쳐 놓고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두 사람에겐 또 다른 프리미엄이 있잖아. 혹시 다툴 일이 생기더라도 문화차이라고 핑계를 돌릴 수 있지. 한국남자 만났으면 문화핑계도 못 대고 깝깝한거지^^. 가장 용감하고 굳세어 보이지만 너무 마음 여린 너와, 매우 성실하고 인생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그래서 융통성은 조금 없는 올리비에가 바로 지금 시작하기 때문에 훨씬 축복된 일이라고 믿어. 드문 드문이지만 2008년부터 올리비에를 봐오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특히 그에게서 편안함이 느껴져. 감성소녀에게 젖어 들어서겠지?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이 놓이고 든든해. 우린 스무 살이 아니니까 이젠 디테일은 좀 포기할 수도 있지 않겠니? ^^ 길게 보고 가자. 네가 아무리 프랑스를 사랑했다지만 우여곡절 끝에 선뜻 바다를 건너게 한 건 결국 올리비에라는 사람이고, 낭뜨를 벗어난 적 없던 고지식한 올리비에가 파리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한 건 바로 박소연이라는 사람 때문이잖아. 지금까지 서로가 그래왔듯 여유 있고 이해심 깊은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고, 또 그렇게 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 같은 순간을 맞이할 거라 생각해. 그 곳에서 늘 건강하고, 여기에서처럼 에너지 잃지 않는 너로 활개를 치길 바래. 은근히 영화처럼 흘러가는 너의 인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기쁨을 평생 누리고 싶구나, 소연과 올리비에, 두 사람의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너무 너무 축하하고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마음을 모아 두 사람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어, 그리고 이왕이면 너의 품으로 옥동자가 한방에 날아 들어오길 바랄께 ^^ 축하해, 두 사람 2014년 8월 마지막 날에 너의 오랜 친구가      


올리비에 친구 '브루노'의 편지

« 인생의 소용돌이 »... 너희의 아름다운 만남은, 영화 <쥘과 짐>에서 잔느 모로가 부른 노래, « 인생의 소용돌이 » 를 생각나게 해. 2007년 포르투갈, 어느 눈부신 여름날에 너희는 서로를 알게 됐어. 여행 중에 만나 스쳐가는 인연으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결코 그럴 수 없었어. 너희는 올리비에가 살던 도시, 낭뜨에서 다시 만났어. 그 때 처음으로 우리 친구들은 소연이를 봤고, 그녀의 환상적인 요리 솜씨 또한 맛보았지. 그 다음엔 올리비에 네 차례가 되어, 한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어. 너희에게 엄청난 사랑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어. 너희는 매우 열정적이고, 호기심에 가득하고, 문화를 사랑하며, 쉽게 타협하지 않아. 너희들의 강인함 앞에선 그 무엇도 너희 사랑을 단념시킬 수 없었지. 너희들은 서로의 다른 점을 잘 알고 있었어.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환경에 대한 취향이 다르다는 것도. 올리비에 데 샹, 소연 드 라 빌 ? ‘시골쥐 올리비에’와 ‘도시쥐 소연’ 이라고 할까. 소연, 너는 큰 결정을 내렸어. 파리에서 올리비에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올리비에 너도, 네가 사랑하는 도시 낭뜨를 떠나 파리로 향했고, 아름다운 이를 맞이할 둥지를 준비했어. 그러나 인생에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지. 소연, 너는 파리에서의 삶을 포기해야만 했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없었어. 너희의 인내심과 막강한 인터넷 덕분에 대서양을 넘는 대화를 이어갔지.      


마침내 다시 만나는 그 날 까지 말이야. 둘이 함께 하는 파리는 더 재미있고, 더 아름답고, 더 화려해. 소연, 너의 불어 실력은 놀라운 속도로 향상되어 매번 우리를 놀라게 해. 네가 뿜어내는 삶의 즐거움과 부드러운 화법을 우리는 너무나 좋아해. 가끔 툴툴 거리는 네 모습도 얼마나 우리를 웃게 만드는지 몰라. 그리고 올리비에, 네가 소연과 함께 있어서 우리는 너무 기쁘다. 너는 소연을 위한 든든하고 다정한 동반자가 됐어. 너희 둘은 너무나 멋지고 보기 좋단다 ! 오늘은 매우 소중한 날이야. 소연의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결혼이라는 아름다운약속을 온 세상에 외치게 됐어. 이 순간을 너희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너희가 파리로 돌아올 때를 기다릴께. 너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 한다. 너희 앞에 기쁨과 행복만이 있을 거야! 비브르 레 마리에 !!! 신랑 신부 만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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