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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y Jul 01. 2023

오늘,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다

2023.7월 1일 토요일

하루라도 일기를 쓰지 않으면 잠을 못 잘 때가 있었다. 이상한 문장이지만 정말 그랬다. 하루라도 일기를 건너뛰는 날이면 불안했다. 오늘이 잊히는 것이 두려웠던 걸까.


아기를 돌보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씻고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을 하는 일상이 익숙해졌다. 일기는 더 이상 불안이나 잠 못 이루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래도 다시 일기를 쓴다.


모기장 안에서 새근새근 자는 나의 천사와

양양의 서핑샵 이 층침대에 누워있을 나의 남편과

요가는커녕 걷기조차 잘 안 하는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의 행복한 장면을 기억하고 싶었다.


새벽 여섯 시. 아기와 산책을 나갔다. 해가 하늘의 정중앙으로 뜨지 않은 시간, 시원한 그늘 밑에서, 사뿐사뿐 걸었다.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에도 올랐다가 아기가 좋아하는 자동차에도 앉았다가 평소 가보지 않던 골목 곳곳을 탐험했다. 피곤했지만 상쾌했다.


오늘의 행복한 장면은 고요히 거리를 바라보던 아기의 통통한 옆모습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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