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르난도 Apr 06. 2022

[인터뷰] 프로 연우 - 묘수(2)

바둑이 흐르는 하루 

프로연우 조연우 사범

지금은 많은 프로기사님들이 유튜브를 해주셔서 애기가로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최초로 아프리카 TV와 바둑 유튜브의 길을 개척해주신 조연우 사범님의 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먼저 방송을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저는 방송을 2015년에 시작했어요. 그 당시에는 유튜브나 이런 방송 플랫폼이 활성이 안될 때였어요. 싱가포르에서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때도 인터넷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강렬하게 남아있었어요. 인터넷과 바둑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항상 생각하다가 시작했거든요. 제가 1세대 유투버이에요. 그때는 유튜브에서 무언가를 바로 한 다긴 보다는 아프리카에서 바둑 관련해서 방송을 하고 그것을 녹화해서 올리는 것이 유튜브 활동이었어요.   
하루는 아프리카 TV들을 쭉 보는데 ‘아 할만하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죠.


프로기사로서 정말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보통은 무언가를 시작할 때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기도 한데 그런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지금도 그 당시에도 두려울 게 없었어요. 왜냐하면 잃을 게 없거든요. 저는 항상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고'를 하는 성격이에요. 일단 해보고 안되면 그때가서 생각하자는 마음입니다.   
사실 제가 싱가포르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했거든요. 그때도 졸업하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바둑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래도 잘 안되었으면 지금쯤 금융 관련해서 일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대단합니다. 제가 알기엔 프로기사라고 하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직업인 만큼 굉장히 보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았을 텐데요. 억울한 비판의 요소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맞아요. 몇몇 사람은 그랬죠. 명색이 프로인데 BJ를 하다니.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냐?' 이런 얘기를 직접적으로 한 사람도 있었어요. 저는 그런 말을 면전에 듣고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어요. 왜 프로라고 이런 걸 하면 안 되지? 바둑 보급이 되고 좋은 일이지 않은가 하고요.
아 물론 그렇게 맹목적으로 저를 비난했던 사람은 극소수였어요. 


보통 인터넷으로 일을 하면 악플 같은 것도 많을 텐데요.   

제가 처음에 이일을 시작했을 때, 선배 bj가 처음으로 했던 충고가 있어요. 악플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잘 견뎌야 한다고. 그리고 처음 그분의 말을 아직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저는 방송을 하는 이상 악플은 상수이자 필연으로 알고 견뎌요.  
돌이켜보면요 방송을 시작을 한 전과 후가 너무 달라요. 방송을 제 바둑의 삶에 얹으니깐 인생이 풍부해졌다고 할까요.   
제 프로기사라는 아이덴티티에 방송인이 더해진 거죠.
그러다 보니 배우는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많고, 사람들도 다양하게 만나니 시야도 넓어졌어요.




꾸준히 한다는 것에 대해 


진짜 최초로 바둑관련 방송을 시작하신 결정은 그야말로 묘수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프로연우의 유튜브 채널을 자세히 지켜보았는데요. 먼저 바둑 관련 방송을 최초로 선점을 하신뒤에, 그 기반위에서 굉장히 꾸준히 콘텐츠를 올려서 결과를 만드시더라고요. 이렇게 꾸준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제가 방송을 시작할 때는 기반이 전혀 없어요. 30대와 달리 20대는 뭔가 심적으로도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요.
저를 yes맨처럼 아는 사람도 가끔씩 있는데 저는 일단 무조건 하는 스타일에요. 그게 어려워 보여도 도덕적 가치에 반하지만 안으면 일단 해보는 스타일이에요.
유튜브를 7년 동안 했다고 하면 나름 오래 한 건데. 저는 바둑을 하면서 느꼈지만 천재형이 아니라 뭘 해도 꾸준히 해야 성과가 나는 스타일이라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도 오래 해야 성과가 나겠구나 생각했어요.   
유튜브를 하는 거요. 항상 하기만 한다고 구독자가 우상향 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콘텐츠가 잘돼서 팡 뜨면 구독자가 엄청 늘고. 그런 킬러 콘텐츠를 꾸준히 내지 못하면 오히려 구독자가 빠져요. 또 구독자가 빠진다는 건 수익적으로 또…  
재작년이 그 시기였어요. 구독자는 꾸준히 빠지고 해서. 그때가 2020년 중순이었을 텐데.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했거든요. 새로운 바둑 콘텐츠 시리즈요. 그때 제가 2020년 12월까지 저한테 기한을 줬어요 그때까지 해보고 안되면 그만두자.  


그랬더니 결과가 좋았었죠?  

네 성과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달려보자고 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사실 모든 유투버가 비슷할 거예요.  
지속성이 중요한데 쉽지는 않죠.  




바둑인으로서 프로연우


한계상황에서 부딪혔을 때 묘수로 상황을 돌파하는 기질은 원래 타고나신 건가요? 바둑이 좀 도움 줬던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요?  

바둑이 전반적으로 도움이 된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바둑기사들을 지켜보면 다들 전부 침착해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도 바둑 하기 전에는 천방지축…  
바둑을 하면 다른 건 몰라도 참을성이 확실히 생기죠.  
왜 그런가 생각하면, 저도 아직 바둑 한판 지면은 아직도 분한데.. 그 장면이 뇌리에서 생각이 나고, 아 저 모양에서 저렇게 뒀으면 괜찮았는데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최소 하루는요. 패배의 아픔을 견디는 과정에서 참을성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바둑을 어릴 때부터 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빠지게 되었나요?   

저는 초등학교 때 학원에서 바둑을 처음 접했는데요.   
바둑판을 보자마자 바둑판이 저를 빨아들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진짜 빨려 들어갔어요. 진짜 중독 수준으로 좋아했어요.  
하루는 바둑학원 원장님이 저희 부모님께 전화하셔서, 이아이 집에 안 간다고 와서 데리고 좀 가달라고(웃음)


바둑판에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이라니 대단한데요? 두시면서 본인도 아 여기에 내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도 하셨나요?  

프로기사라면 바둑의 재능 즉 기재가 있다는 말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텐데요.
다른 같이 배우는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빨리 늘었는데, 그런 것도 있어요 저는 바둑학원에 하루 종일 있었거든요.
원장님이 저 온 지 얼마 후에 다른 원장들에게 우리 바둑교실에 괴물이 왔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었어요.   
4학년 때는 성남시 바둑대회 우승도 했고요  




묘수


와 그 정도로 남달라야 프로기사가 되는군요. 그럼 프로기사 입장에서 생각하는 ‘묘수'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프로기사는 데이터가 많이 쌓여있어요. 대부분의 수가 놀란 만한 수가 아니에요.  
그러나 어떤 특정하게 상황에서 정말 상상도 못 한 수가 나오고. 그리고 그게 먹힐 때 묘수라고 생각이 들어요.  


사실 알파고 대국에서 나온 신의 한 수는 사실 상대가 제대로 대응했다면 안 되는 수라고 알고 있는데 그럼 그건 묘수가 아닌 건가요?  

아니요 그때 그 상황에서는 정말 좋은 한수이고. 막강한 인공지능인 알파고라는 상대와 더불어 그 당시 바둑의 형세에 적합한 수니깐 신의 한 수라고 하는 거고. 묘수가 맞다고 생각해요.   
사실 프로의 대국에서는 그 묘수의 한 수도 중요하지만 묘수로 이룬 성과를 다음수와 연결해서 승리와 이어지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결과까지 만들어야 완벽한 묘수라고 할 수 있죠.  
아시겠지만 이세돌 사범님께서는 그 이후 결과까지 만들어서 승리로 가져가셨기에 그 수는 완벽한 묘수라고 할 수 있어요.


묘수 3번이면 바둑을 진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실제로 묘수가 3번이나 나오는 바둑은 드물죠.
제 생각은요 묘수라는 건 바둑이 좋을 때 나오지는 않아요. 묘수를 쓴다는 것 자체가 궁지에 몰렸거나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 묘수를 두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정신적 체력이 소모되어요. 그걸 3번이나 만들어야 한다니 저라면 지쳐 쓰러질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바둑이라면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본인이 좋은 바둑이면 올바른 수인 정수를 두면서 판을 정리해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식이에요. 하지만 항상 바둑이 그럴 수는 없잖아요? 중대한 결정과 변화가 필요할 때는 묘수가 필요해요.  




프로연우의 바둑


조연우 사범에게 바둑이란?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바둑이 저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생각을 항상 해요. 저랑 23년 정도 함께 하면서 저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했어요. 기쁨도 주고, 슬픔도 주고, 좌절, 희열 등을 줬어요.  그 어떤 것보다 바둑을 통해서 인간군상의 감정을 그렇게 다양하게 느낀 적은 없었네요. 제 인생에 바둑이 없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어요.   


바둑을 처음 접하시는 분에게 바둑을 추천해주실래요?  

사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일단 재미있어요. 바둑은 재밌어요. 평생 취미 활동이고. 두뇌활동에 좋아요. 그리고 인맥을 만들거나 바둑을 서로 알면 진실한 친구가 될 수 있어요.
한번 도전해보시길 바라요.  
작가의 이전글 [인터뷰] 프로연우 - 묘수(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