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흐르는 하루
요즘 서점에는 대학 수준의 수학책들도 교양 수학이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되더군요.
신기하게도 공식은 하나도 적혀있지 않아요, 그래도 어려운 수학을 풀어 이야기하는 작가의 능력에 따라 술술 읽다 보면 수학적인 사고의 지평이 더욱 열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마찬가지로 바둑 기보가 없어도, 바둑의 깊은 '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의 한수라는 말이 너무나 유명하지만, 저는 그보다도 '인간'의 한수가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네 인생이 완전하지 않은 것처럼, '인간'이 놓는 수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다만 상황에 맞게 적절한 수들이 있을 뿐이죠.
그 수들은 정말 우리의 삶을 많이 닮았어요. 이름도 다양합니다. 정수, 묘수, 악수, 승부수 등등.
모두가 각자의 렌즈로 다른 이들의 삶을 보면서 새로운 것들을 깨달아 가듯이, 바둑의 수들을 이해하고 따라다니다 보면 삶의 방식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바둑의 수에 걸맞게 살아가는 바둑계의 여러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터뷰로 그런 사람들과 마주해서 듣는 사려 깊은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해요.
바둑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바둑의 수를 소개해드리다 해보면 어쩌면 여러분들도 바둑에 대해 관심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바둑계의 유명인사, 프로연우님과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프로연우님께서는 초등학교 때 입문해서 연구생을 거쳐 야탑고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입단하셨습니다.
싱가포르에 4년 반 정도 유학하시고 그 경력으로 해외 바둑 보급 및 바둑 방송을 통해서 보급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로기사들이 대부분 대회에 참가해서 바둑의 승부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르게 '바둑을 통한 예능, 예능을 통한 바둑'을 모토로, 바둑인 최초로 아프리카 TV, 유튜브에 집중하셔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2015년부터 꾸준히 대중에게 바둑을 소개해왔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바둑 보급이란 것은, 전에는 감히 보수적인 바둑계에서 쉽사리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이었기에 모두가 놀라워했고, 덕분에 그전까지는 상상도 못 한 고객군들을 바둑으로 끌어 들일 수 있었습니다.
프로바둑인으로서 조연우 사범님의 삶의 편린들이 그야말로 바둑의 묘수(사람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좋은 수, 기책)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인터뷰를 요청하였고.
드디어 오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담을 진행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세돌 사범님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선보인 신의 한 수처럼, 바둑에서 묘수라는 것이 나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수인만큼 화려한 장면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됩니다.
묘수가 소개되고 이야기되는 방식처럼, 인터뷰를 시작하게 전에는 바둑 방송인이자 프로기사로서 조연우 사범님의 화려한 삶의 과정 등을 들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시작하셨습니다.
묘수의 화려함보다는 묘수를 둘 수 있는 용기와 각오.
나의 수법이 파훼되었을 때 입을 손실을 견딜 수 있는지
미답의 경계에 들어서는 용기는 어떻게 가졌는지
묘수가 통했을 때 그것을 승리로 가져갈 수 있게 하는 할 수 있는 참을성이 왜 중요한지.
그렇습니다, 모든 점을 아울러서 한발 내디뎠을 때 그것을 새로운 방식이라고 부르고, 그것이 통했을 때만이 묘수라고 칭하여진다는 걸 인터뷰 시작 전에는 알 수 없었습니다.
2022년 4월 따사로운 햇살이 드디어 구름을 뚫고 기지개를 우리에게 닿을 듯이 폈을 때.
16층 고층 건물 라운지에서 조연우 사범님께서 차분하게 질문에 대답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