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의 바둑 에세이
모두가 그렇겠지만 누군가가 저를 뻔히 쳐다보는 기분은 썩 좋은 기분이 아닙니다. 행여나 마음에 드는 이성의 시선이라고 하면은 그것만은 예외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제 경우는 50-60대 아저씨 였습니다.
나시사이로 20대의 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터져나올듯한 근육이 보이는.. 당연히 집중을 하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벤치프레스 하던 바벨을 저도 모르게 소리나게 내려놓았습니다.
사실 제가 헬스할때 약간 그런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소리에 또 반응하시고, 제 코앞까지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바벨의 소리를 지적하셨습니다.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꾸했죠. '무슨 관장이시냐 회원끼리는 이런식으로 남운동 지적하시면 안되는거 모르시냐'라고.
말을 날카롭게 던지고 다른 기구로 넘어갔습니다. 몇부위를 더 운동하고, 복근운동을 마칠즈음에 그분의 모습이 다시 시야에 띄였습니다.
제 본능은 그분이 너무 싫고, 그냥 지나치고 싶은데. 이성과 평정심으로 다시 다가가서 정중하게 사과 드렸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반색하시며, 사실 제 헬스자세를 고치고 싶으셨다는 겁니다.
본인께서 경력이 30년이라고 하시며, 갑자기 저한테 pt처럼 근육사용법을 20분정도 코칭해주시면서, 앞으로 매일 자세를 고쳐주신다는 겁니다. 이런 반전이 있을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제가 이런 용기를 내서 상황을 반전시켰을 수 있었던 배경에도 역시 바둑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는것이 생각 났습니다. 그럼 오늘의 이야기도 풀어보겠습니다.
#바둑으로 부터 빌린 지혜
바둑에는 '사석작전'이라고 하는 멋드러진 작전이 있습니다. 잠시 바둑이야기 하기전에 제가 좋아하는 행동 경제학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빈다.
행동경제학 이론중에서 손실 회피 심리 (Loss Aversion)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짧게 설명하면 사람은 무엇인가를 얻을 때와 잃을 때 느끼는 체감이 다르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잃을 때 느끼는 감정의 정도가 얻을 때 보다 훨씬 크다는 것 입니다.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증명이 된 이론이고, 이러한 점은 바둑을 둘때도 여실히 들어납니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내가 상대방을 잡은 돌보다(이득), 내가 잡힌돌(손해)을 실제 가치와는 달리 손해보는 점을 아주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돌들이 잡히게 되는 상황에서는 많은 바둑인들이 이성을 잃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죠.
하지만 그러한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작전이 하나 있습니다.
본인의 돌들을 일부러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해서 상대방의 공격을 유도한 후, 의도적으로 본인의 돌들을 죽여서 죽은돌 즉 사석(死石)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서 더 큰 이득을 얻는 작전 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작전이라 바둑의 기력이 웬만큼 높지 않고서는 실행할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 작전 자체의 어려움도 크지만 본인의 손실을 더크게 생각하는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냉철하게 계산하고 본능대로 행동하는것을 극복할수만 있다면 아주 큰 이득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본인이 이득을 봤다고 상대방이 혼자 착각하게 만드는 효과는 덤이구요.
본능을 극복하는 전략 자체가 새로운것만은 아닐겁니다. 주식 등 투자 시장에서도 많이 볼 수 있구요.
하지만 이 어려운 마음극복을 행하는 일들을 매번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스포츠는 바둑이 유일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매력에 빠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