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의 바둑 에세이
오전까지만 해도 고민이었습니다. 두개의 약속이 겹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한편으로는 외로운 금요일밤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른 한편으로는 어제 급작스럽게 벙개를 제안한 두명다 어느정도 변덕스러운 사람들이라 두 약속 중 하나는 취소가 되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바람이 기대보다 더 잘이루어 질 때가 있습니다. 약속이 둘다 가벼이 취소가 되버렸네요. 예전에는 장래를 약속한 사람과 주중에 한번, 주말에 한번 만남 이라는 잘깨지지 않는 무언의 언약에 길들어져 있어서인지. 가벼운 관계에서 파생되는 오고감에는 가끔씩 적응하기 어려울때도 있습니다. 새로운 개인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들을 정립하는만큼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서 어떻게 마음가짐을 해야 하는지 바둑의 지혜를 또한번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바둑으로부터 빌린 지혜
바둑에는 ‘행마’라는 어려운 용어가 있습니다.
바둑돌은 그자체로는 정적이나, 놓이는 수에 따라서 이리저리 의미를 가지고 움직이는 모습을 비유한 말입니다.
행마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여러가지 격언이 있으나 보통,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행마를 하는것을 좋은 행마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둑은 한번에 한수씩 밖에 둘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로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죠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탐하는 욕심, 손실을 조금이라도 보지 않으려는 약한마음, 상대방의 가벼운 잽에 과하게 반응하는 나자신의 행동들이 모여서 나의 돌들이 과투자 되게 만듭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굉장히 많은 수를 두었는데 얻을수 있는 가치가 너무나 적을 때가 많죠.
그럴때 돌이 무겁다. 돌의 움직이는 방향과 형태가 무겁다. 통칭해서 무거운 행마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주 내가 놓은 돌들에서 가치가 덜한 무리들을 버리고, 새롭게 수를 두며 다시 경쾌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제가 버리기로 마음먹은 가치가 덜한 돌들의 무리 그런 돌들을 버림돌이라고 합니다.
버림돌을 제때 버리지 못하고 정이나 의미를 부여하면 행마 전체가 또다시 무거워 집니다.
바둑에서 고수가 되려면 어떤 돌들을 살리고 강하게 만드는 노력에 힘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돌들을 빨리 버려야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게 중요하다고 하죠.
그러고 보니 경영에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성공의 기준은 "어떤일을 해야 하는지 정하는게 아니라 어떤일을 하지않아야 하는일을 정하는가에 달려있다." 라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섭섭할 수도 있는 감정을 버림돌로 가볍게 버리고, 빠르게 일상루틴을 반복했습니다.
그러한 감정에 괜히 매몰되어 더 좋을 수 있는 다른사람들과의 만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순 없으니깐요.
제마음가짐의 행마도 어느정도 더 경쾌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