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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난도 Mar 23. 2022

연결에 대해

페르난도의 에세이

# 2022/3/23 밤의 탄천을 뛰면서 든 고민

오늘밤 러닝 모임에서 탄천을 달렸습니다. 더할나위 없는 좋은 날씨에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달리니 5.4km를 쉼없이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페이스는 제가 평소에 뛰는 페이스 보다 많이 빨라서 몇번이나 멈추고 싶었던 순간이 있긴 했습니다만.. 너무나 즐거웠어요, 이사람들과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지도 않고, 아주 약한 감정의 고리만이 희미하게 연결되어 있을뿐인데, 이다지 힘을 주다니요. 절대로 혼자라면 이렇게 달리지 못했고, 러닝의 기쁨이라는 것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갑자기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이란 유대란 뭘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인간이란 연결속에서만 기쁨을 느낄수만 있는 존재인건지, 분명 상처도 많이 받았 기억도 적잖게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있었음 했었습니다.


# 바둑으로부터 빌린 지혜

바둑에서 돌하나는 그자체로는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다른 돌들과 연결이 되었을때만이 비로소 ‘수’라고 하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얼마나 돌의 연결이라는 것이 중요하냐면, '하수는 돌과 돌들을 연결만 할줄 알아도 된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연결하는 방법에 있어 바둑은 심각하리만큼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돌과 돌들이 아주 촘촘히 연결이 되어있지만 과하게 뭉쳐 있다면, 돌이 전체적으로 무거워서 시너지가 나질 않습니다. 투자한 돌들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밸류(value)가 매우 적어지는 것이죠. 바둑은 영토를 많이 확보해야하는 게임인데, 과하게 뭉친 돌로는 많은 영토를 확보하기 힘듭니다.

반면에 돌들이 너무 멀찍히 느슨하게 연결되어있으면, 상대방의 공격에 차단 당하기 일수입니다. 위험한 돌들이지요.

그래서 너무 느슨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과투자 되지 않게 돌들을 연결하는것이 돌을 연결할때의 첫번째 마음가짐이 되어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연결하는 방법을 깨닫는건 많은 손실을 감수해본 경험들이 쌓이고 나서야 가능합니다.

이렇게 연결하면 되는구나 하는 스윗스팟(sweet spot)이라고 하는 연결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무의식적으로 두게 되는것이지요. 그것이 기력 입니다.

아 그렇게 생각하니 인간관계도 많은 아픔과 허무를 겪고 나서야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은 연결점, 스윗스팟들을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한없이 느슨하지만 가치를 명확히 주는 이 러닝크루 속 관계의 연결이 왜 이런 기쁨을 주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제가 크루와 저의 삶속에서 어느정도 효율적인 관계의 연결점을 찾았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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