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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Mar 30. 2024

Carpediem

나를 일어나게 하는 단어

카르페디엠

이 단어를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디자인 선생님께서 "너희들이 아직은 잘 못 느끼겠지만 점점 크면 느낄 수 있을 거야."라고 하셨던 말. 그때는 저 단어가 와닿지 않았다. '현재를 즐겨라.' 이 말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냥 단순히 인생을 즐기며 살아라는 의미인가부터 고민했던 것 같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 공부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지만 

그 당시 나는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를 선택하였다. 그런 나의 선택을 부모님께서 반대하지 않으셨다.

대신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다니고 나 혼자 무언가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 끝나고 야자를 하는 대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책을 읽고, 부족한 점을 단과학원을 다니면서 메꿨다. 

수학이 재밌어진 것도 그때부터였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것에 대한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이 재밌었다.

물론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조금씩 관심이 많은 여고생이었다.

나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족한 실력. 조금 모자란 무언가. 그렇지만 포기하기 싫었다. 

그렇게 내가 나를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실업계라고 인문계와 차별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살기로 했다. 내 실력 없으면 쌓아 올리자고. 


부모님은 어릴 적 내가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기도하였다고 했다. 정말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얼마나 답답하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감사하다. 부족한 나를 부족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도록 자존감을 쌓아 올려준 사람은 바로 부모님이기에.

부족한 실력을 쌓기 위해 친구들과 단과학원을 다니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남이 3번 하면 나는 30번 해서 이해될 때까지 그렇게 계속 나 자신과 싸워나갔다. 


실업계에서 공부하는 나는 처음에 엄청 꼴불견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들이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을 것이므로.. 가끔 여자친구들끼리 즐겁게 깔깔거리는 소리도 부러웠다. 나와 다른 세계 같았다.

물어왔다. 넌 왜 여기 왔냐고. 그야 공부를 못했으니까! 사실 내신이라도 잘 받아보려고 실업계를 선택하였다. 대학교는 가야지. 그런데 실업계에서 공부하는 양으로는 4년제는커녕 2년 제도 좋은 곳은 가기 힘들었다. 

취업을 해야 하나 생각했던 그때 나에게 인생 드라마가 생겼다. 바로 '하버드 인 러브스토리'와 '카이스트'

이 두 드라마를 보며 대학교의 생활에 환상이 생겨 버렸고, 가야만 했다. 

그런데 실력은 인문계 친구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였다. 또 한 번 현실을 마주하며 좌절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좌절하고 끝나면 그냥 나는 실업계간 여고생 졸업생으로 남을 것 아닌가. 그래서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기로 하였다. 학교에서 성적은 좋게 나왔다. 아니 잘 나왔다. 반에서 3등 이내 전교에서 놀았으니까. 

그렇지만 우물 안 물고기가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 상황은 암담했으니까.. '안되면 되게 하라. 될 때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였다.


그 결과 보기 좋게 첫 수능은 망쳤다. 성적에 맞춰 나는 2년제 안경학과를 진학하려 하였다. 그런데 부모님의 반대로 진학하지 못하였다. 졸업하고 나면 후회할 것이라고, 재수를 하란다. 그냥 다니고 싶었다. 


실.. 그런데 그냥 재수를 하기로 하였다. 한번 더 노력해 보자 시간을 여기에만 투자하자. 하며 재수를 준비하였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재수학원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좋은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다. 사회의 축소판은 어디에나 존재하니까. 물론 나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왕따를 시키고 괴롭히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다. 나는 이 문제를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나는 버럭버럭 부모님이 화를 내실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차분히 나를 타이르셨다. 

"너는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고,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그런데 그 아이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구나. 옳은 길로 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그 아이는 불쌍히 여기자꾸나."


아니 내가 당했는데? 사실 처음엔 너무 속상하고 서운했다. 그 아이가 지나가도 움찔하는 나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돌이켜보면 저런 말을 하는 부모님은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지나고 커서 부모가 되어보니 속이 못내 쓰라리다 못해 아리는데.. 엄마 아빠는 나에게 저렇게 말하시고 돌아서서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사실 괴롭힘을 당해 너무 그만두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그 아이들이 바라는 것일 거란 생각에 버티기로 했다. 그들만 날 못 본 척하는가? 나도 못 본척하고 나는 나의 길을 가면 된다. 그렇게 버티고 하루하루 보냈다. 수능을 앞두고 내신으로 대학교에 입학원서를 냈다. 내신등급이 좋았으므로 면접만 통과하면 이제 입학할 수 있었다. 결과는 합격! 수능을 준비하던 것이 안 아깝냐고? 수시로 입학하면 정시로 시험을 쳐도 수시입학하여야 한다. 

그땐 그랬다. 아깝지.. 열심히 준비하고.. 괴롭힘 당하는 걸 참으면서 살았는데! 그렇지만 그 시간이 단단한 나를 만들어 냈고,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은 배울 것이 있단 걸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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