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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해랑 Dec 20. 2024

겨울! '방학 특강'의 계절

학원장에게 방학특강이란?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2025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문구)


12년을 달리느라 애쓴 학생과 학부모 응원하는 수학능력 시험날!! 그날이 지나면 학원가는 그다음 해의 전략과 그리고 대망의 겨울 방학특강으로 학부모님들의 핸드폰은 문자러시를 이룬다. 밀려드는 문자에  아직도 내 번호를 저장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학원에 놀라고 나 또한 이 문자러시에 슬그머니 숟가락 혹은 젓가락까지 얹어야 한다.


이른바 "방학특수"가 학원가에 도래한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여름옷, 겨울 옷 광고가 매주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오듯 학원의 방학특강 홍보도 잊을만하면 아니 잊지 못할 간격으로 문자를 뿌려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학원을 오픈한 첫겨울방학에는 특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꼭 만들어야 하는지도 사실 모르는 게 당연하던 때였다. 학부모 설명회를 해라. 친구 데려오기 이벤트를 해라 주변에서 듣는 소스들은 있었지만 그걸 담아내기에 나는 뭐든지 다 두려운 초짜 학원장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은 또 나를 어느 만큼 키우고 있었고 자연스레 수능이 다가오면 이번 겨울방학엔 어떤 다양한 메뉴를 또 차려 놓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데다가 개원한 지 2년이 안되던 시기 나름 애씀을 인정받아 본사 호텔로 불려 가 1박 2일 동안의 영광스러운 수상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또 이런 자신감에 힘입어  교과 과전과목을 도입 명실상부 국, 영, 수, 사, 과 전 과목에 독서. 논술까지 갖춘 학원을 뚜둥~하고 등장시켰다.(그래서 그 학원장은 일확천금을 벌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면 또 너무 쉽고 재미없는 인생이었겠죠?)


식재료가 다양하면 이러저러한 요리를 만들 수 있듯 나의 학원도 그런 상태가 된 것이다. 하여 겨울 방학 문자 러시에 대비 우리 솜씨 좋은 부원장님과 이렇게 저렇게 레시피를 엮듯 여러 가지 홍보물을 탄생시킨다.

그렇다면 왜 학원들은 겨울방학에 특강을 만들까요?

뻔한 답인 학원장은 방학 동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일까요? 

좋은 특강이 있어 너도 나도 입회를 하겠다 달려오면 그 또한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이겠지만 그것 또한 한순간에 쉽게 이루어지는 드라마 같은 경우는 없다.


나의 방학특강은 우선 일하는 엄마를 위한 맞춤 메뉴였다. 나도 일하는 엄마였고 방학이면 아침인지 낮인지 구분 못하게 놀고 놀고 또 놀고, 그렇게 늘어지는 오동통한 굼벵이들에게 먹을 거 공급하느라 엄마에게 방학은 정말 인내력과 체력을 테스트하는 인고의 시간이다.

그리하여 오전 10시부터 밤 7시까지 풀가동하는 특강을 진행했었다. 여기 우리 집 굼벵이 두 마리도 어느 사이 끼워놓고. 그러면 뜻하지 않게 내 자식 마냥 매일을 함께 지내는 동지들도 생기고 앞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들어가지 않으면 지나가다 '언니'하고 부르고 싶은 학부모님과 유대관계도 생긴다.


방학특강의 목적 두 번째 학원의 전문성 확대. 학원의 입장에서도 무언가 시도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사전조사를 마친 후 방학에 그 가능성을 실험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학부모 입장에서도 아이들이 새로운 학원을 시작하는 시기를 학교 부담이 없는 방학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방학을 지내보면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은 또 개선해야 할지 아이들과 그 데이터를 만드는 시간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나의 처음 시도는 독서. 논술의 기존 프로그램에 비문학 글쓰기 특강을 열어 쓰기 영역의 폭을 확장하는데 중점을 두었었다. 그러니 기존 이용하거나 알고 있던 학원에 못 보던 방학특강이 보이면 이런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STICK IT OUT.

그리고 특강의 목적 중 제일 중요한 것 우리 학원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끝까지 버텨본 적 있는가 : 승부는 폭발력이 아니라 버티는 힘에서 갈린다. 의 저자 웨이슈잉은

'성공은 재능이 아니라 버티는 힘에 달려있다.'라고 했다. 버티기 위해 학부모님들의 입맛에 맞게 아이들의 필요 부분에 맞게 구성하여 우리 학원은 이렇게 아이를 위한 것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관리합니다. 를 알리는 한 가지 방법이 방학특강인 것이다.

학원은 교육과 사업이 믹스된 업종이니 오늘 하루 선생님 하고 말 일이 아니라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번 방학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홍문자 안에서 물론 '해도 너무하네!!'로 문자를 휴지통으로 보낼 수도 있으시겠으나 이왕이면 고심하고 만든 맛난 레시피를  엄마도 아이도 그리고 학원도 윈윈 하는 내입맛에 꼭 맞는 방학특강을 골라  아이도 지치지 않는 따뜻한 겨울을 계획해 보면 어떨까? 긴긴 방학 엄마의 시름을 조금은  덜어줄 종합선물세트(물론 비용이 들긴 하지만)라 생각해 주시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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