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노인들은 점점 잠이 없어져서 새벽녁에 잠이 일찍 깬다고 익히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9시면 누워서 티브이를 보시다가 10시 무렵엔 손에 쥐고 있던 티브이 리모컨을 바닥에 떨구시며 잠이 드시는데 새벽녘에 깨는 건 당연하시지요. 저도 나이 들어 분명 그런 신체주기를 살아갈 테니 그것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몸이 아파 돌아다니면 좀 낫다~!”시며 거실을 뺑뺑 돌며 발바닥으로 거실 끄는 소리를 내시는 것도 좋습니다. 부엌으로 가서 바닥에 냄비며 프라이팬을 떨구 시어 와장창 하루를 여시는 것도, 그래서 어제 새로 꺼낸 프라이 팬 한 귀퉁이를 보기 좋게 찌그러뜨리시는 것도, 어머니만 드시는 나물반찬 하신다고 도마에 파를 난도질하시는 것도 다 좋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며느리가 자고 있는 방의 문을 왜 삐그덕 여시고 살피고 가시는지요? 신혼 초에는 어리석게도 너무나도 어리석어서 문 여는 소리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새벽 흠칫 흠칫 놀라 머릿속은 비상사태였던 겁니다. 혹시 무심결에 뜬 눈이 마주치면 곤란할까 하여 눈만 감고 있는 수없는 날이었습니다. “지금 일어나야 하는 건가? 너무 이른데?” 수없이 갈등하며 생각하며 눈만 감고 있다가 아픈 머리로 출근하기 매일이었고.... 시간이 지나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나는 성인이고 여기는 부부방이고 또한 내가 어머니 아버지 주무시는데 방문을 열었다면? 으로까지 생각이 미쳤으나 직접 묻지도 못하고 어머니 아들에게 조심스레 물어봤지요. 그걸 왜 남의 편에게 물어본건지.... 또한 그 대답은 이불을 차고 있나는건 아닌가? 잘 자고 있나? 걱정이 되어 살피기 위해서 라시니....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하고 또 몇 해를 흘러 보냈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깨면서도.(그걸 또 듣고 그대로 전한 남의 편님도 참 교육을 했어야 하는 건데요.)
누군가 그랬습니다. 제 시집살이 5년 차일 때 10년 넘으면 눈에 뵈는 게 없을 거다.
그렇습니다. 10년 조금 안 돼서 이건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아 방문열지 마시라고 이미 장가보낸 아들 어련히 알아서 이불 잘 덥고 잘까 그리고 이불 차면 알아서 감기 걸리고 알아서 약 지어먹고 살까 그냥 두시라고... 그러고도 오늘날까지 까먹으시는지 종종 제방문은 열립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디까지인지 참으로 알 길은 없습니다만, 이건 예의의 문제겠지요. 딸자식이 시집갔다가 사위랑 친정에 머물러 와도 방문은 열지 않는 게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무엇이 그렇게 걱정이 되시는지요? 이럴 거였으면 어머니 귀여운 막둥이 어머니 옆에 끼고 이불 덮어주고 나물반찬 해먹이며 그냥 키우실 것이지 왜 장가는 보내셨는지요? 정말이지 참으로 알 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