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에 십 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연주 소리를 듣는다. 항상 연습실에는 연습생이 아닌듯한 사람들의 연주소리가 새어 나오곤 했다. 그런데 익숙한 연습곡이 들려왔다. 게다가 약간 나보다 못 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사람이 간사하다. 기분이 좋았다. 나만 헤매고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되어 연습을 위한 룸으로 움직였다. 앞 타임의 연습생이 나오신다. 적어도 60은 넘으셨을 것 같은 분이었다. 나오시면서 선생님에게 말씀하신다.
‘오늘 수고했어요. 다음에 또 부탁해요,’
연습실은 매우 더운 기운이 꽉 차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어우 더워’
선생님이 에어컨을 켜신다.
‘네 앞 타임의 분이 너무 열정적으로 치셔서요.’
나이가 많은 분도 드럼을 향한 열정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연습곡이 시작되었다. 이무진의 신호등이다. 리듬이 좀 까다롭다.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이 노래는 아이들이 많이 좋아해요. 열심히 연습하셔서 영상하나 찍어보시죠 ‘
‘네? 영상이요?’
아빠들 상대로 영업을 잘하시는 듯하다. 나도 일단 동의하고 말았다.
그나저나 발이 자꾸 손과 같이 움직인다. 띠로 놀아야 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