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는 ​베네치아!

신랑이랑 유럽여행 여섯째 날.-이탈리아 베네치아

수 많은 사람들에게 로맨스를 안겼을 베네치아의 운하와

로맨틱 시대로 시간여행을 간 듯한 착각을 주는 건물들...

셀렘 한 가득 실은 기차는 저 바다 건너 바로 앞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으로

주인 만난 강아지 마냥 신나서 달렸다.

활짝 핀 하늘,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살,

정겨운 바다내음,

한껏 상기된 사람들 소리...

베네치아의  첫인상이다.

오후 두시즈음 도착한 우리는 베네치아에서의 시간을 최대한 오래 붙들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서늘한 늦가을 날씨였던 북쪽에서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왔으니

베네치아를 둘러보기엔 복장 불량이었다.

그래서 우선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베네치아를 둘러보기로 했다.

베네치아 호텔은 유럽 여행 중 묵게 될 숙소 중 가장 오래된 시설에 가장 비쌌다.

우리는 그나마 최대한 저렴한 숙소를 골랐고 예약 사이트의 사진상으로 보이는 숙소는

사실 상상만으로도 찝찝하게 생긴 곳이어서 직접 만나게 될 순간이 두려웠다.

'윽... 찝찝해서 잘 수 있으려나...'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찝찝하더라도 잘 곳은 있어야 하건만 부지런히 숙소를 찾아 나섰지만

우리의 호텔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같은 길을 돌고 돌고 또 돌아도 우리의 찝찔이 '나빌리오' 호텔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도 상 호텔 위치로 추정되는 다른 이름의 호텔로 들어가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삐걱 삐걱 소리 나는 낡고 좁은 계단을 1층 높이만큼 올라가고 나서야 인셉션이 나왔다.

우리가 예약한 이름은 아니지만 정확히 그 위치에 있는 다른 이름의 호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예약자인 우리의 이름을 말했다.

'만약 이곳마저 아니라면 성수기인 이 때 베네치아에서 낭만적인 노숙을 하는 수밖에...'

'하지만 가능하다면 찝찝한 방이라도 우리의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기를...'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인셉션에 물었다.

"저... 예약 확인을 하고 싶은데요."

"네. 성함을 말씀해 주시고 여권을 주세요."

"네. 여기..."

"아! 예약되어 있고요. 여기 키 있습니다."

'휴... 다행이다...'

"저 근데... 여기 이름이 나빌리오 아닌가요?"

"네? 나빌리오요?"

"네. 나빌리오요."

갑자기 호텔 매니저는 우리를 약간 이상한 듯 쳐다보았다.

"우리 호텔은 나빌리오는 아니지만 당신들의 이름으로 예약이 돼 있군요.

다행이에요. 즐거운 여행되세요."

순간 좀 이상한 사람들이 된 우리야말로 호텔의 이상한 수수깨끼를 결국은 풀지 못했다.

'대체 나빌리오는 어디 갔지?' ㅡㅡ;

어쨌든 노숙을 면한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린 후 찝찝함에 대한 염려 대신 기쁜 마음으로 룸으로 향했다.

그러나 기쁜 마음도 잠시...

키를 받아서 집채만 한 트렁크를 한 계단 한 계단 꿀렁꿀렁... 

한참 동안 들고 옮기고 나서야 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베네치아 신고식 제대로 했군...'

한껏 골탕 먹이고 미안했던 것인지 베네치아는 우리에게 안락한 룸을 선물했다.

염려와 달리 낡았지만 깨끗한 룸은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덕에 기분 좋은 곳이었다.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본격적으로 베네치아 곳곳을 누비기 위해 나갔다.

베네치아는 '바포레토'라는 배를 육지의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

우리는 이틀간 쓸 수 있는 티켓을 사고 리알토 다리를 제일 처음 만나기 위해 배에 올랐다.

리알토 다리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 본 베네치아는

       어릴 적부터 마음에 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 본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 위는 베네치아 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가면과 기념품들을 파는 상인들과

그것들을 사기 위한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다리 너머로 쭉 내려가면 골목 골목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베네치아의 이국적인 모습을 뽐낸다.

다양한 표정의 가면과 웃는 표정의 내 얼굴

베네치아 골목 길

신랑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다음 장소인

산마르코 광장으로 안내하는 동안

덕분에 마음 놓고 온전히 낡은 것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신랑이 좋아하는 젤라토를 사서 들고 어린아이처럼 신나 깡총깡총 뛰어서 골목을 지나자

순식간에 탁 트인 광장이 나왔다. 바로 산마르코 광장이었다.

산마르코 광장에서는 종루도 보이고 가까이에 위치한 산마르코 성당과 두칼레 궁전 그리고 탄식의 다리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이 모든 명소도 정말 아름다웠지만 가장 하이라이트는 바로'플로리안 카페'와 석양을 품은 베네치아였다.

카페 '플로리안'은 수 많은 여자를 울리던

카사노바가 그 죄로 감옥에 갇혔다가 탈옥을 해서

도망치던 중 잠시 머물러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부렸던 곳이라고 한다.

사실인지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품은 플로리안은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이었다.

     해가 저물며 노을로 하늘을 물들이고 있을 즈음

      베네치아는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고

               우리의 여행 또한 절정에 닿아있었다.

             

             나중에 늙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때

                       온전히 행복했던 이 순간이   

                   빠지지 않고 스쳐지나 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