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번 만큼은
여기
이미 지나가 버린
이름들이 있고
그 위로
특별했던 네가 떨어진다.
너 만큼은,
이번 만큼은
다를 거라 믿었는데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로
네가 떠나간다.
떠나간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간다.
특별했던 너의 이름도,
지나간 다른 이름들 중
하나가 되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너도
떠나간 다른 사람들과
안녕, 그대도.
투명한 물 위에 다른 색의 잉크들이 하나 둘 떨어진다.
잉크들이 쌓이기 전 처음 몇 번은 제 빛으로 물들지만
그런 잉크들이 몇 번 쌓이다 보면 지난 색들과 서로 섞여,
제 색을 잃는다.
그리고, 내 마음에 쌓이는 이름들이
그 잉크들처럼 느껴졌다.
이번 만큼은.
새 이름이 마음에 들어 올 때마다,
‘이번 만큼은’, ‘너 만큼은’ 생각을 하며,
이번엔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고
그 어느 때 보다 깊이 바란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분명 그 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지.
그때도 이번만큼은 다를 거라고 기대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알아봤으니까.’ 같은.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가며
이번 만큼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전과 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특별하지 않았던 사람은 없었지만,
헤어짐의 순간을 지나,
무뎌지고 나서 부터는
모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모두 다 너무나 특별했지만
‘헤어진 사람’이라는 공통점 하나의 크기는
지난 모든 사랑을
특별하지 않게 생각할 만큼 컸다.
특별하게 생각할 모든 이유들을 덮어버리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각각 영롱한 색을 갖고 있었지만,
섞여진 색은 제 색을 잃고 있었다.
그래도 언젠가
그 어떤 이름만큼은,
영롱한 빛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다시, 애써 다음을 기대한다.
그 언젠가의 다음 번이,
지금 이번이 되었을지라도.
얼마나 더 많은 이름들을 보내야 할까
얼마나 더 많은 기다림을 가져야 할까
Painted and written by
Lee Jin-H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