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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리남 Mar 03. 2022

무한한 선택지의 시대, 이제는 전념해야 한다

[전념] 책리뷰


https://youtu.be/wl171ZWrRbk


늦은 밤, 볼거리를 찾아 넷플릭스를 켭니다. 스크롤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드라마와 영화의 제목을 훑어봅니다. 예고편도 보고 줄거리도 읽어봅니다. 그럼에도 영화 한편을 골라 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밀당을 30분,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TV를 끄고 잠자리에 듭니다.


여러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 그리고 선택지들을 탐색하는 모드에 있는 것. 이러한 모습은 사실 우리 현대인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 이러한 특징을 액체 근대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액체는 자신의 모양을 주위 환경에 맞추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형태와 모양에든 그것에 맞출 준비를 해두고 있는 것이죠.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근대>라는 개념을 도입해 현 시대를 표현하였다.


현대인들은 자신을 어떤 공동체나 집단, 장소에 묶어두지 않고 유동적인 형태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자신을 어느 한 곳에 옭아매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는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현대의 환경과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도 진득하게 우리들을 품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상황은 수많은 방이 있는 복도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방에 들어갔을 때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바로 나와서 다른 방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선택이라 할지라도 복도에 나가면 다른 수많은 방들이 있다는 것에 우리는 안정감을 느낍니다.

현대인들읜 수많은 방이 늘어서 있는 복도에 있는 것과 같은 상태에 있다.


우리는 중대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그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중단하고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의 든든함. 우리 현대인들은 그런 것을 원하고 또 사회역시 그런 환경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현 시대도 우리에게 계속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곳에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곳에서 적응력을 기르라고 합니다. 한 가지 일만 잘 해내기보다 어느 곳에서도 잘 하는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에 지나치게 깊이 마음을 주기보다 항상 선택지를 열어두라고 현대사회는 말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런 현대사회의 주류에 반기를 듭니다. 현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전념하기”라는 반문화(counterculture of commitment)를 공유하며 특정한 장소나 공동체, 특정한 이상이나 기술, 특정한 기관이나 사람 등 특정한 무언가에 몰입을 했습니다.


이들은 시민입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들은 애국자입니다.
자신이 속한 장소와 그곳에 사는 이웃을 사랑합니다.

이들은 건축가입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관리인입니다.
기관과 공동체를 지키고 돌봅니다.

이들은 장인입니다.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들은 동료입니다.
사람들에게 시간을 투자합니다.


이들은 특정한 무언가에 오랜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며 관계를 쌓고 애정을 표현합니다. 이를 위해 다른 복도로 연결된 문을 닫고 다른 선택지들은 기꺼이 포기합니다.


전념하는 사람들은 매일, 매년 꾸준하게 시간과 노력을 쌓아 스스로 극적인 사건 그 자체가 되어버립니다. 일상이 주는 지루함, 다른 곳을 기웃거리고 싶은 유혹,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불확신과 불안을 극복하고 매일매일 조금씩 전진해 갑니다.



[전념]에서는 대표적인 전념하기의 인물을 마틴 루터킹 주니어를 뽑는다. 그는 전념하기를 통해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현시대의 주류문화를 거슬러 반문화, 즉 무언가에 전념을 해야 합니다. 영원히 탐색만 하다가는 깊은 절망에 빠지기 쉽습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상태만 이어지는 것은 공허함을 주기만 합니다. 그러나 무언가에 전념했을 때 누리는 기쁨은 크기 마련입니다.


전념하기는 개인적인 기쁨과 사회의 번영을 가져다 줍니다. 그리고 전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와 삶을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무언가를 확신하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누구를 신뢰할지, 당장 내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이런 불확실함속에서 견고한 어떤 것, 견고한 진실을 추구하지만 그런 것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어지러이 흩어진 방대한 정보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을 간추려서 자기 입맛대로 보여주는 언론들. 이럴 바에는 아무 선택도 하지 않고 복도에 남아있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하고 계획한 것들이 잘못된 것이면 어떡해야하나 두려움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념하는 사람들은 어느 하나에 몰입하면서 점점 그 두려움을 희미하게 만듭니다. 선택하는 순간 이미 두려움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때 가장 완벽한 미래에 가까워질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정담이 정해진 퀴즈를 푸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가 이미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헌신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됩니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전념하기는 한 가지에 매달리고, 더디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념하기는 스스로 가속도를 붙입니다. 그 이유는 더 헌신하게 되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볼 때 내가 헌신하려는 대상은 단편적인 모습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방에, 관계에, 공동체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는 인간관계와 흡사합니다. 먼발치에서 보면 관심만 생기지만, 깊은 관계를 맺게 되면 사랑하게 됩니다.


또한 가속도를 얻는 이유는 우리가 심리적으로 전념에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는 심리적 면역 체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결국 심리적인 안정성을 향해 나아간다.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결국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사람의 심리는 이전 상태를 찾아나가려하는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 복권에 당첨되면 어떤 기분일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엄청 행복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불의의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으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는 엄청 불행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복권당첨자와 사고 희생자를 인터뷰해보면 그들은 큰 사건을 겪었어도 몇 년이 지나면 이전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큰 변화는 언뜻 보면 심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심리적 면역 체계의 힘은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게 합니다.


전념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헌신함으로써 자유로워집니다. 현대인들이 어떤 제도나 사회,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기를 원하지만, 이런 자유는 허상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목적을 갖고 전념하기를 추구한다면 이는 세계 안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허락합니다.


전념하기는 나 자신이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에게 입증하는 것입니다. 전념하기를 통해 우리는 나 자신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더해줄 수 있습니다.


제가 이전에 리뷰했었던 책 [폴리매스]와는 결을 달리하는 책입니다. 폴리매스는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그 선택지들을 최대한 많이 두드려 보라는 내용입니다. 자세한 리뷰내용은 오른쪽 상단 참고 부탁드립니다.


[전념]은 현대사회의 수많은 선택지들 속에서 결국 어영부영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선택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분야에 헌신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나 자신이 헌신 할 수 있는 곳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새로움을 느낄 수도 있고, 그 안에서 단단한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나 자신이 나 다워지는 것이 바로 전념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제 3월이 되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또 새로운 일들이 많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여러분이 전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나요? 그 어떤 것에 좀 더 깊이 들어가 새롭게 마음을 다짐하기 위해 이 [전념]을 읽어보시는 어떨까 합니다.


저는 책을 리뷰함에 있어 전체적인 내용보다도 책이 말하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던져주는 정확한 의미, 책이 주는 영감, 하나하나의 단어와 문장들이 주는 느낌을 제가 온전히 전달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제 영상을 보고 책을 읽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이번에 리뷰한 [전념]은 곳곳에 너무 좋은 문장들이 많습니다. 그 좋은 문장 중 하나를 소개해드리며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전념하기의 핵심은 시간을 통제하는 것에 있다.
죽음은 삶의 길이를 통제한다.
그러나 삶의 깊이를 통제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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