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그런 호기롭고 촌스러운 다짐을 마친 나는 함부로 사는 법의 입문으로 금기를 말하는 독서모임에 들어간다.
https://www.netflix.com/title/80218448?s=i&trkid=13747225
마약을 다룬 책을 보고, 약쟁이들이 나오는 영화들로 시간을 보냈건만 왜 그럴수록 ‘잘 산다는 것’ 따위를 고민하게 되는 걸까. 젠장!
다시, 다시 함부로 사는 법과 마약에 대해 생각하자.
그런데 이거 또 어쩐 일인지 막상 마약하는 사람들 중에는 함부로 살고 싶어 그 길을 택한 사람은 없는 듯하다. 마약이라는 게 ‘택한 어떤 길’이 될 것까지도 없지만. 하여간 마약에 손을 댄 사람들도 애초에는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다 그렇게 된 모양이다. 마약이라는 게 ‘그렇게 된 모양’ 일 것까지도 없지만.
마약은 무섭지만 동시에 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정신을 마비시키는 약, 힘든 지금을 잊게 하고 어딘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약. 어쩌면 모두가 남몰래 자기만의 마약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칼 마르크스의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그즈음 나는 종교 외에도 아편 삼은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고3 수험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아편 몇 점 가지지 않고는 녹록지 않았으므로.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효험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약발이 드는 아편 몇 가지를 쥔 채 살고 있다.
유튜브의 게임방송이 너무 재밌는 나머지 이틀을 연달아 무단결근 해버린 사람이나 엽기떡볶이가 너무 맛깔난 탓에 역류성 식도염과 습관성 위염에 걸리게 되었다는 사람은 사연이 모두 유감스럽긴 해도 어쩐지 인생의 큰 기쁨을 발견한 사람들처럼 좋아 보인다.
좋은 것은 자꾸 하고 싶고 자꾸 하다 보면 중독이 될 테다. 그렇다면, 중독성 강한 마약들은 대체 얼마나 너무 좋은 걸까.
무표정한 오늘의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귀여운 것들이나 좀 더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아름다운 것들만큼 어디선가 마약이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 그 누구도 힘주어 말릴 자신이 없어진다.
그나저나 "스물아홉에는 함부로 살겠다" 다짐해놓고 흡연 중인 친구들 틈에서 한 모금 빨아보지도 못하는 나는, 자기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몸에 나쁘다는 것은 실눈부터 뜨고 보게 되는 나는, 무엇보다 ‘함부로’라는 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인데 함부로 사는 법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나는, 틀려먹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