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eddie Journey Mercury Jun 03. 2019

0. 프롤로그 : 나의 사랑 파키스탄

우리는 파키스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의 22번째 여행 국가인 파키스탄.

45일간의 파키스탄 여행을 마치고 나는 파키스탄을 사랑하게 됐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당장 여행해야 할 단 하나의 나라를 추천해주기를 청한다면,

이제 나는 주저하지 않고 당신은 파키스탄을 가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파키스탄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프롤로그로 파키스탄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소개하고, 사람들이 파키스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선입견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에게 파키스탄은 생소한 나라겠지만, 그렇다고 파키스탄을 여행하는 한국 사람이 그렇게 드문 것도 아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힌두쿠시 이렇게 3개의 산맥이 지나는 파키스탄에는 K2, 낭가 파르밧, 라카포시 등 산악인들이 선망하는 아름다운 산들이 많아 한국의 꽤 많은 산악인들이 해마다 방문을 하고 있다. 또, 살구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훈자도 여행자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져 살구꽃이 만개하는 봄이 되면 훈자에서 꽤 많은 한국 사람들을 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파키스탄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낯설고, 위험하고, 그래서 미지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도대체 파키스탄은 어떤 나라인가?





남아시아에 위치한 파키스탄은 ISLAMIC REPUBLIC OF PAKISTAN이라는 공식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고 있는 이슬람 국가이다. 인도, 중국,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육로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국가는 현재 인도와 중국뿐이다. 대다수의 여행자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육로 국경인 와가보더(Wagah Border)를 통해 파키스탄으로 입국하고 있고, 일부는 중국과 파키스탄 사이의 국경인 쿤자랍 패스(Khunjerab Pass)를 통해 입국하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사이의 국경은 탈레반의 잦은 테러 공격으로 현재 전면 폐쇄된 상황이며, 이란과의 육로 국경도 예전에는 통과가 가능했다고 하지만 현재는 통과가 불가하다. 수니파가 다수인 파키스탄과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은 예전부터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파키스탄의 임란 칸(Imran Khan Niazi) 수상이 이란을 방문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향후에 육로 국경이 다시 열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이란이 국경을 접하고 있는 발루치스탄은 테러가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이기에 이란 국경이 다시 열리더라도 여행 시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파키스탄에서 바라본 인도의 와가보더 풍경.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의 국경인 와가보더는 매일 저녁 국경을 사이에 두고 양국이 경쟁하듯 벌이는 국기하강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와가보더를 통해 국경을 넘을 예정이라면, 양쪽에서 열리는 국기하강식을 모두 참석하고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 파키스탄과 중국 사이의 국경인 쿤자랍 패스.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중국이 실크로드의 복원을 꿈꾸며 중국에서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까지 연결해 건설한 도로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국가 간 연결 도로 중 하나이다. 이 도로를 달려 북쪽 끝까지 가면 중국으로 넘어가는 관문인 쿤자랍 패스를 만나게 된다.


파키스탄의 인구는 2억 명이 넘으며 세계에서 6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파키스탄이 이렇게 인구가 많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파키스탄 남부에 위치한 카라치(Karachi)는 약 1,6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로 상업과 문화의 중심 도시이다. 1956년에 지금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Islamabad)로 수도를 옮기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카라치는 파키스탄의 수도였다. 이외에도 주요 도시로 라호르, 페샤와르, 물탄, 퀘타 등이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원래 하나의 나라였다. 영국의 식민 통치시기 무슬림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결성된 '무슬림 연맹'이 인도의 독립을 위한 인도와 영국의 교섭에서 무슬림 인구가 많은 동.서 지역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기를 요구하면서 파키스탄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1971년 동파키스탄이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해 방글라데시로 분리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파키스탄이 완성됐다.




Q : 파키스탄을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나요?


파키스탄을 여행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여행을 자제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에서 등장하는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의 분쟁과 간혹 발생하는 테러 뉴스로 파키스탄이라는 나라를 접할 것이다. 그렇다. 카쉬미르(Kashmir) 영토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파키스탄과 인도는 두 나라가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도 사이가 좋지 않아 종종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또,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들이 국경 지역의 파키스탄 도시에서 자살테러를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국의 파키스탄 경제 진출에 대해 불만을 품은 세력이 중국인을 상대로 테러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전투는 대부분 실제로 서로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행위라기보다 다분히 국내에서의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보여주기 식 행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북한을 이용하듯이 말이다. 외국인이 파키스탄의 카쉬미르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특별 허가증(special permit)이 필요해, 어렵게 특별 허가증까지 받아 카쉬미르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실제로 여행자가 파키스탄과 인도의 분쟁으로 위험을 느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탈레반이 파키스탄에 위험한 도발을 자주 감행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2015년 이후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폐쇄하고 탈레반이 파키스탄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파키스탄 군대가 국경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탈레반이 간혹 테러를 일으키는 곳은 발루치스탄의 몇몇 도시들이 대분이기 때문에 이 지역만 여행하지 않는다면, 그리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들에 대한 테러도 소수의 일이고, 실제로 대부분의 파키스탄이들은 파키스탄의 혈맹국인 중국을 자신들의 형제 나라처럼 여긴다. 파키스탄에서 중국인처럼 행동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


그렇지만 파키스탄은 안전하니 자유롭게 여행하라는 말은 사실 매우 위험한 말이다. 어쨌든 파키스탄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하지만 대부분의 테러는 파키스탄인들이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파키스탄 내에서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키스탄을 탈레반과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편견이다). 파키스탄 어느 도시를 가도 무장한 경찰과 군인을 쉽게 만날 수 있어 불안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파키스탄인은 외국 사람들이 자신들을 테러리스트로 여기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고, 혹여 외국 여행자가 파키스탄 안에서 사고를 당해 이런 편견이 강화될 것에 대해 매우 우려를 하고 있다. 그래서 파키스탄에서는 외국인이 자신들의 관할 지역에 들어오면 경찰을 붙여줘서 24시간 경호를 해주는 지역이 많다. 물론 자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경찰이 24시간 자신과 동행한다는 것이 매우 불편할 때가 많지만, 파키스탄인들이 외국인들의 안전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Ikram은 내가 KPK의 Dir라는 지역에서 2박 3일간 머물 때 매 순간 곁에서 나를 지켜주었던 경찰(security)이다. security가 나를 지켜준다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여행자에게는 매우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간혹 내가 시큐리티의 숙박과 교통 비용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시큐리티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다.  파키스탄의 관광 정책도 수시로 바뀌고 있어 security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으니 자신이 여행하려는 지역의 security 정책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결론은, 파키스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한 나라이다. 과도한 걱정으로 이 아름다운 나라를 여행할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Q.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국가인 파키스탄인에서 파키스탄인들이 낯선 외국인을 경계하거나 하지는 않나요?


파키스탄인을 단 하나의 단어로 설명한다면 나는 '호의(hospitality)'라고 하고 싶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You are my guest'와 'Don't pay'다. 파키스탄은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가 어디에서 연유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슬람 문화 때문인 건지, 유목민 문화 때문인 건지, 아니면 그저 외국인을 접하기 힘든 환경 때문인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이들에게 손님으로 환대받으며, 매일매일 따뜻한 파키스탄인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도시 간 이동을 할 때, 버스에서 만난 많은 파키스탄 사람들은 나를 자신들의 집에 초대하고 싶어 했고, 길거리를 지나다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 차 한잔, 식사 한 끼를 대접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길거리 음식, 혹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하면 당신은 나의 손님이라며 극구 돈을 받기를 거절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 페샤와르 구도심의 어느 시장 골목에서 프루챠를 파는 아저씨. 와가보더 국경을 넘어 라호르에서 처음 먹은 파키스탄 음식이 바로 프루챠였다. 요거트에 신선한 과일과 건과류, 그리고 시럽을 섞어 먹는 프루챠의 맛을 잊을 수 없다. 페샤와르에서 프루챠를 찾다가 만난 이 아저씨는 나에게 프루챠 한 접시를 대접하고 극구 돈을 받기를 거절했다.


파키스탄에서 영어로 소통이 잘 될 것인지 염려가 많았는데, 파키스탄 사람들이 생각보다 영어를 잘해서 놀랐다. 이건 정말 나의 큰 편견이었다. 오히려 내 졸렬한 영어 실력 때문에 소통이 잘 안 됐던 적이 더 많았다.


이런 파키스탄 사람들의 호의를 바탕으로, 나는 파키스탄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카우치 서핑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다른 나라에서도 카우치 서핑을 여러 차례 해보았지만 파키스탄의 카우치 서핑 호스트들만큼 호의가 넘치는 호스트는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대부분 나의 request에 대해 accept를 했다. 그리고 숙박뿐만 아니라 모든 식사부터, 동네 구경, 심지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교통비까지 자신들이 기꺼이 지불하고 싶어 했다. 호의가 너무 넘쳐 때로는 심하게 부담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파키스탄을 여행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인터넷에서 파키스탄에 대한 여행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많다. 카우치 서핑을 통해서, 혹은 길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집에 머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통해 어디서도 얻기 힘든 파키스탄의 숨겨진 여행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 치트랄의 부니(Booni)라는 도시에서 만났던 Asif와 가의 사촌&친구들. Asif는 내 여행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부니와 카클라쉬(Qaqlash)의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고, 샨두르 패스(Shandur Pass)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치트랄에서 길깃으로 넘어가는 여정이 쉽지 않았을 때도 다방면으로 수소문을 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렇게 좋은 현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파키스탄을 여행한다면 일단 파키스탄 사람들에 대한 경계부터 허물기를 바란다. 그러면 정말 새로운 여행의 세계가 열리게 될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일단 프롤로그는 여기에서 마무리를 하고,

차근차근 파키스탄 여정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세세한 이야기를 더 하는 게 좋겠다.

이제 파키스탄으로 여행을 떠날 마음이 조금은 들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