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창그녀 Sep 25. 2015

반려견

소녀일기 vs 엄마일기

1980년생 여자가 쓴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일기 속에서 공통된 스토리를 뽑다.






반려견






1988년 12월 20
옆집 아줌마는 개를 기르시는데 이름이 바둑이다. 아줌마가 아파트로 이사 가시기 때문에 우시며 우리집에 팔고 이사 가셨다. 바둑이는 아줌마가 가신 쪽만 바라본다.

 

1989년 6월 6
우리 바둑이를 아빠가 죽이셨다. 바둑이가 너무 불쌍하다. 자꾸만 눈물이 나온다. 아빠는 바둑이를 죽이셔서 개고기를 해드셨다. 아빠가 너무나 밉다. 우리개는 아주 영리한 개다.
그런데 옆집 때문에...
학교를 갔다와도 바둑이가 없으니 반겨주지 않는다.
“바둑아
바둑이가 보고 싶다.
‘아빠, 바둑이를 왜 죽이셨어요! 바둑아. 바둑아. 이젠 바둑이를 볼 수 없게 됐어. 바둑이를.... 난 바둑이가 좋았는데. 바둑아. 바둑아.’

 





2012 1 30

작은 방에서 환희 강아지가 평화롭게 놀고 있는 밤이다. 환희는 이런 저런 장난감과 물건을 들고 강아지를 찌르거나 건드리 또 강아지는 환희 꽁무늬를 잘 쫓아다니다가 심술이 나면 손을  문다.
결국 저녁 무렵엔 아지가 친정 아버지한테 얻어터졌다.
종이 뭉치로 체벌 당하고 욕도 한바가지 얻어 먹는 걸 이쪽방에서 들었다.

나의 애기 때문에 친정집 애견이 수난을 당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 이래저래 가엾어서 한마디해줬다.
" 통실아, 미안해, 가 잘 몰라서 그러는 거니까 애기 물지 말고 친하게 지내" 
그런데 개와 아기는 계속 어울려다니며 육탄전을 벌인다. 수준이 비슷해서 저러나.....함께 놀수록 강아지의 질투는 불타오 나의 아기는 허벅지며 종아리에 강아지 발톱스크래치를 하고 말았.
현재 강아지는 방에서 쫓겨.

나가면서 이불을 한번 긁더라. 강아지가 아니라 사람이었으면 서럽고 분해서 아기에게 어떤 보복도 서슴치 않았을 것이다.


내가 환희를 임신했을 때, 강아지는 생후 1개이었. 아버지가 얻어온 그 놈은 친정식구들의 욕과 꾸지람과 사랑을 받으며 그럭저럭 개의 운명을 살아왔다.
통실아.
미안하다. 다시 태어나면 꼭 사람으로 나서 이쁘고 귀한 삶 누려라. 이것 하나 기억하렴. 옛날에 바둑이를 잡아먹던 아버지가 이젠  사랑 아끼신다....








2015. 

환희도 여섯, 통실이도 여섯 되었니다.

둘은 추석 마다 친정집에서 납니다.

". 개도 나이가 있어? 얘는 몇살이야?"

"너랑 동갑이야."

그러자 아버지가 끼어니다.

"밀히 말하면 통실이가 누나지. 통실이는 봄에 태어났고 환희는 가을에 태어났잖...."

아버지는 보다 려견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셨습니다.

작게 보면 저의 일기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이기에 케케묵은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문창그녀



매거진의 이전글 담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