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일기 vs 엄마일기
1980년생 여자가 쓴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일기 속에서 공통된 스토리를 뽑다.
선거
1987년 12월 16일
대통령선거날이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가 투표를 하고 오셨다. 심심해서 엄마께 "기분이 어떠셔요?"하고 질문하였다.
엄마는 16년만의 투표인데 나라를 이끌어갈 선지자가 누구일까 생각하면서 선거를 해 마음이 흐뭇하고 두근거렸다고 대답해주셨다.
나는 엄마 말씀을 듣고 대통령 선거는 반장을 뽑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2012년 4월 4일
외출했다가 집에 오니까 투표안내문이 와있다. 그것도 남편 것만 와있다.
이 집에 거주한지 5년찬데 내 앞으로 투표안내문이 안 온다는 게 말이 되는건가?
다짜고짜 주민센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불쾌감을 드러냈다.
결론은 뭘 몰랐는 거.
세대주 앞으로만 투표안내문이 오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선생님. 내용물을 뜯어보시면 가족구성원들 것도 같이 들어 있습니다."
주민센터 공무원은 친절했다.
남편 봉투도 제대로 열어본 적이 없어서 웃긴 실수를 한다.
이번엔 진짜 투표를 해야겠구나.....
빵집 앞에 후보자 포스터가 붙어있던데 모두 네명이던가? 환희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면 어떻게든 민주시민의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헌데 처음 보는 넷 중에 하나를 뽑는 건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 선거는 뭐가 뭔지 확실히 알겠는데 저 사람들은 국회의원으로 뽑아달라고 저러는 건가?
안면도 없는데 뭘 알아야 투표를 하지. 투표안내문을 꼼꼼히 뜯어보고 넷 중에 누굴 뽑을 지 골라야겠다. 환희 앞에서 무식한 엄마 티는 내지 말아야하잖아.
★ 브런치독자들께.
1987년. 엄마가 선거하시는 모습을 보고,
2012년. 이젠 선거하는 엄마로 성장했습니다.
작게 보면 저의 일기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이기에 케케묵은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문창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