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too Mar 30. 2018

우연히, 그곳에서...<최종화>

[ 제109화 _ 그곳에서 만난 건 우연이었을까?  ]

한국의 한 서점.

분야별 베스트셀러 서적들이 놓여지는 진열대 칸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지만 

꾸준하게 2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던 소설 [그들만의 세상].

독자가 많이 찾는 서적, 화제의 서적 등, 여러가지 항목으로 등수가 매겨져, 이 진열대 위에 세워지는 책이 결정 되어져 왔다.

10권 남짓 놓여지는 이 자그마한 진열대에 올라가기 위해, 매년 끊임없이 작가들의 경쟁이 이어진다.


"이제 변화하는 시장 구조상, [그들만의 세상] 같은 메가히트작은 나올 수가 없어."

라고 얘기하지만, 기성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들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야, 그들만의 세상 출판사에서 신작 나왔다더라, 혹시 봤어?"

 "뭔데?"

"그 있잖아, 작가 임형우 아들...! 지난 번 공모전으로 떠들썩했던 그 사람...!"

"아... 알지...! 뭐야? 근데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작품 냈데??"

"모르지...! 전부터 쓰던 게 있었나 보지 뭐...! 출판사에서 수상자한테 출간기회 준다고 하지 않았었나?"

"또 뭐, 특혜네, 뭐네 일 커지는 거 아냐...?"

"후훗... 사람들 참 말 만들어 내는 거 좋아해...! 솔직히 그 수상작이란 글 괜찮지 않았어?! 이번 거 어떤 지 한번 읽어나 볼까?"

"그럴 까..."

세현의 신작 소문을 듣고 서점을 찾은 독자들.
그들은 우선 책표지의 일러스트에 두 눈을 사로 잡혔다.

"아, 저건 가 보다...! 오... 책표지 좀 있어 보이는데..."

신작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를 따라 세현의 소설이 진열되어 있는 섹션으로 이동하는 두 명의 독자.

"앗, 죄송합니다...!"

그 중 한명이 책들 진열된 좁은 골목 사이로 지나가다 책장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던 이를 미처 보지 못해 부딪히고 말았다.

"아, 거...잘 좀 보고 다닙시다..."

자신과 부딪힌 독자를 한번 흘겨보고는 계속해서 읽던 책을 마저 읽어가던 이 남자.

꽤나 오랜 시간동안 이 한 자리에서 책을 읽어오던 남자는 손에 잡은 책 한권을 끝까지 읽어가는 중이었다. 

"아...! 다 봤다...!!"

남자는 그제서야 기지개를 펴며 보던 책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뭐라고 혼자 툴툴대며 읽은 책을 자리에 가져다 놓으려 자리를 이동했다.

이동 중 남자의 눈에 들어온 베스트 셀러 진열대.

남자는 가만히 진열대에 놓인 서적을 바라보다 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흥, 그래봐야, 네깟 건... 아직 이 정도 밖에 안돼, 임마! 아직 한참 멀었어...!"

누구에게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남자는 계속 혼잣말을 입에 담으며 자신이 보던 책을 베스트 셀러 진열장의 가장 아래 층 책 위에 겹쳐 놓았다.

원래 책을 가져왔던 자리가 아니었는데 제 자리에 두기가 귀찮았던 건 지, 슬쩍 직원의 눈치를 살피며 
진열장에 방치하고 서점을 나가버린 남자.

한참이 지나서야 서점의 직원들은 베스트 셀러 진열대를 점검했다.

"응? 대리님! 이 책... 이거 두달 전에 나온 신간 아니예요? 이거 언제 베스트 셀러 순위에 올라왔었어요?!"

"어? 아 잠깐만... 순위 좀 확인해 볼께. 보자... 아, 다시 재편할 때가 되긴 했네...! 그 책 거기서 왼쪽으로 두 칸만 옮겨 줘...!"

"아...! 이거 순위에 올라와 있었구나... 몰랐네...!"



Written by Sehyun / illustrated by Haein.
작가 [해세]의 신간 소설.

[ 그 곳, 별빛 ]

처음으로 장편을 출간한다는, 신인 중에 신인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 대중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의미이든 날카롭게 각인이 되어 있었다.

공모전 때의 논란 같은 일시적인 화제성일지, 소설 본연의 작품성으로 인정을 받아서 일 지...

출간 된 지 몇 개월이 되지 않아 퍼지기 시작한 입소문들은 해세의 작품을 서점의 메인 진열대 위에서 확인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프랑스, 중국, 일본, 미국, 스페인...

꽤 많은 나라에 지사를 두고있는 그들만의 세상 출판사.

프랑스 지사의 편집장의 말처럼 수상자들의 출간 작품은 일단 지사를 가진 나라별 언어로 번역이 되어 퍼지기 시작했다.

타이밍과 운대가 맞은 것도 있었지만, 공모전 120명의 수상자들 중 처음으로 도전되는 세현의 출간 프로젝트.

출간 후 입소문으로 두달여나 지난 후에야 서점 진열대에 올라올 수 있었듯, 세계로 퍼진 세현의 소설 역시 느릿느릿... 

그러나, 분명히 상승하고 있는 관심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세현의 집필과 해인의 작업이 이루어졌던 프랑스에서는 보다 빠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현아...! 잠깐 와봐...!"

아를.
레스토랑의 아저씨는 세현의 소설 기사가 담긴 신문기사를 보고 세현을 찾았다.

"세현아!! 이 녀석, 어디...아...! 지금 없지...! 참 내 정신 좀 봐라..."

"사장님...! 저 단체 손님 들어오시는데 조금만 도와주시겠어요? 한국분들도 좀 오신 것 같아서요!!"
 
"응? 아, 그래...! 한국인 단체 손님?! 얼마 만이야..."

어딜 간 건지, 세현과 해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찾아온 한인 단체 손님 무리들.

 "어서오세요!! 한국분들이세요?! 단체로 여긴 어떻게들 알고 찾아오셨데...!! 아무튼 여기 앉으세요...!! 주문은..."

"안녕하세요!! 사장님...저 혹시 여기가 임세현 작가 일 하는 레스토랑 맞죠? 그렇게 듣..."

단체 한국 관람객들 중 한 사람이 사장아저씨에게 묻는 사이, 뒤에서 가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다른 일행이 소리쳤다.

 "여기 맞네...! 맞아!! 저 걸려있는 그림들 좀 봐!! 저건 옆에 일러스트레이터 이해인이라고 써 있잖아!! 여기 맞아!!"

"오오...!! 맞게 잘 찾아왔네!!! 사장님 가게 구경 좀 해도 되죠?!"

해인의 요청으로 작업을 재개하게 된 이후, 완성된 일부 그림들을 가게 내부에 전시하게 되었던 사장 아저씨.

오래된 자신의 그림과 더불어 계속해서 완성되어 가는 해인의 그림들로 가게는 마치 미술관과도 같은 고급 분위기가 만들어져 갔다.

"손님들, 잠깐...잠깐...!!!!"

"예? 아... 안되나요? 사장님?"

"그게 아니라...! 주문부터 해야지!! 기왕이면... 이 그림들 퀄리티에 맞게 주문해주면 고맙고...!!"

"예? 아.. 하하, 물론이죠...! 근데... 임세현 작가님은... 지금 계시나요?!"

"세현이? 세현이 지금 없는데요?"

"아... 그럼 언제 정도면 돌아오시나요? 싸인이라도 받고 싶은데..."

"음...보자... 이제 한... 열흘 정도 기다릴 수 있으면 기다리시고...!"

"에이...!!! 그럼 지금까지 계속 사장님 밑에서 일했던 건 맞죠? 얘기 좀 해주실 수 있어요!?"

사장 아저씨는 눈을 흘기며 자신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인 단체 관람객에게 메뉴판을 들이밀며 말했다.

"아...이건 작가 개인 고급 정보라 노출하기가 좀 조심스러운데... 요런 거... 정도 주문해주면 나도 모르게 나와버릴 지도 모를 거 같습니다..."

"와아...!! 이 사장님 엄청 뻔뻔하시네!!! 어차피 만나지도 못하는 거!! 줘요, 그거!! 주문할게요!! 대신, 얘기 많이 해주세요!!"

이미 이전의 기자회견으로 매스컴을 탄 바 있는 세현의 출중한 인물만으로도 벌써 팬들이 생겨난 모양이었다.

"에잇!! 근데 임세현 작가님은 지금 어디 가 계시길래 열흘이나 자리를 비우시는 거예요!?"

"하... 그건 나도 모르죠... 어디 간댔더라..."





세현의 집필과 해인의 작업이 끝나 출판사에 모든 것을 넘긴 후 출간까지도 예정되어 있던 무렵.

"아저씨... 저, 부탁드릴 게 하나 있는데요..."

"뭐냐, 그런 음흉한 눈빛을 하고..."

"하핫... 음흉해 보이나요? 그, 그런 건 아니고... 저희들... 오랜 작업도 마쳤는데, 어디 길게 좀 다녀와도 될까요?"

"응? 뭐야? 날 두고 어딜 가려는 게야?! 작업 끝났다고 아주 가버리려고 막...?!"

"아니요...!! 그럴 리가 있나요!!! 그냥 휴가 좀..."

"흠...그렇다면 뭐... 얼마나 ?"

"음...한 한 달 정도...?"

 "한달...!!!??"

"아... 안되나요!?"

"...가지고 되겠니? 좀 더 쉬다가 와...진짜로 갔다가 오긴 올거니?"

아저씨의 말장난에 말려들고 만 세현.
오랜기간의 휴식을 주려하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괘...괜찮아요? 그렇게 있다와도...?"

"그래...! 해인이도 그렇고 너도 뒷바라지 하느라 해인이 몫까지 빡세게 일했잖아...! 아닌 말로 내가 너희들 노동력 착취하는 악역으로 보일까봐 이럴 때라도 쿨한 척 해야 될 것 같아서 그래."

"에이... 무슨...그럼...저희 정말로 다녀 올게요...!"

"여기서 사장 아저씨는, 쿨한 척 오케이 해야지!!"

... 그렇게 
아저씨에게 장기 휴가를 허락받고 오래 간만에 프랑스를 벗어난 두 사람.





***




"야, 2번 테이블에 손님 부르잖아!! 가서 주문 안 받을래!?"

"아, 알았어!! 지금 가!! 어...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어오...! 답답해...!! 야, 너 여기 와서 카운터나 봐...!!"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열게 된 야마다와 아영의 이자카야.

이래저래 꿍짝이 잘 맞아 변두리이긴 했지만 번화가의 한 작은 공간에 점포를 내는 것 까지는 진행되었다.

이제껏 혼자하는 아르바이트만 줄창 해왔는지, 접객에는 영 소질이 없던 야마다의 어리바리함에 아영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야마다!! 너 주방일 할 수 있댔지? 그럼 주방일 가서 도와!!"

"주방엔 사람 있잖아... 지금 손님도 막 들어오는데, 여기 아영씨만 있으면 피곤할테니...여기서 일 도울께..."

"얼른 안들어갈래!? 너 여기 있는 게 더 피곤해!!"

"아.. 알았어...!"

"여기 주문이요!!"

"예!! 지금 갑니다!!"

손님을 대하는 순간, 베테랑 아르바이터 답게 얼굴이 확 바뀌며 친절모드로 돌변한 아영.

"예, 가라아게, 꼬치구이, 전골 나베 하나, 그리고...생맥주 3잔이요...! 예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문서에 빠르게 내용을 적어가며 주방에 주문사항을 전달, 언제 가 있었나 싶게 다시 홀로 복귀해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아영.


"하잇...! 이랏샤이 마세...!!"

테이블 다섯개 정도가 겨우 채워질 듯한 공간에, 컨셉을 잡는다고 어두컴컴한 실내 안, 군데 군데 포인트 조명을 설치해 둔 내부.

그 조명이 비추어진 벽면 안쪽에는 단 한장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이 날따라  이 지역의 직장인들이 집단으로 한풀이라도 하고 싶었던 지, 가게 안은 사람으로 꽉꽉 들어찼다.

"이랏샤이...!!  네, 네...! 2번 테이블, 지금 갑니다...!!"

한치의 실수도 없이 서빙까지 마무리 한 아영에게 한 손님이 질문했다.

"저기요, 저 벽면에 포스터...뭐예요? 술집하고는 좀 안어울리는 것 같은데, 여기랑 뭔가 관련이 있는 건가요?"

손님은 포인트 조명이 비추는 벽면의 포스터를 보며 물었다.

어둠 속에 밝게 비추고 있는 벽면, 그 곳에는 출판사에서 홍보에 썼던 세현과 해인의 신작 소설 포스터가 붙여 있었다.

"아...! 저 작가가 제 친구들이에요...! 책 많이들 봐주시라고..."

"예? 저 해세 작가랑 아는 사이라고요?!  에이, 사장님 젊은 분이 너무 뻥이 세시다...!!"

"진짜예요...! 둘 다 제 친구들..."

"사장님...! 여기 맥주 두잔 추가요...!!"

 "예...!! 갑니다....!!!"

제 아무리 하이 레벨 아르바이터 아영이라도 이 많을 손님들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는 지, 

이마엔 땀이 송글 송글 맺히며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여기요, 메뉴판 좀 가져다 주세요...!!"

"예...잠깐마..."

"예...! 메뉴판 여기 있습니다.  더 필요한게 있으시면 바로 불러주세요...!!"

순간, 갑자기 가게로 들어와 아영을 대신해 주문을 받는 훤칠한 이 남자.

다름아닌 세현이었다.

"너...너...!!!! 임세현...!!!"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린 아영. 
갑작스런 반가움에 눈물이라도 울컥 쏟아질 상황이었다.

"쉿!! 반가운 인사는 나중에 합시다...! 일단 일부터...!!"

아영의 곁으로 가 가볍게 안아주며 세현이 속삭였다.

"사실, 여기 바쁜 거 알고 일꾼하나 더 데려왔으니 반갑게 맞아 주세요...!"

언제 들어와 있었는지 뒤쪽에서 조용하게 나온 음식을 서빙하고 있던 해인.

"야...!! 이해인...!!!진짜 너네 뭐야...!!!"

기어이 울음이 터져버리고 만 아영.
해인은 아영에게 다가와 두 팔을 벌려 힘껏 안아주었다.

"아영아, 고마워...! 내가 이제부터 평생 보답할께...!

"이... 이 기집애야!!! 보답은...무슨 보답이야..."

처음으로 응석을 부리듯 해인의 품에서 눈물을 보이는 아영.

주방 안에서 아영의 외침을 듣고 놀라 야마다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영만큼이나 어안이 벙벙한 채 놀라고 있는 야마다에게 세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야마다씨죠? 임세현이라고 해요. 아영이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제 일도 그렇게 많이 도와 주셨다고..."

"아, 이... 임세현씨...!? 바...바...반갑습니다... 저...야마다 신스케라고 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여기요...!!  모듬 튀김 추가요...!!"

"예 갑니다...!"

손님의 호출에 세현이 후다닥 달려가고, 해인은 따로 가져와 벽에 기대어 둔 액자 몇개를 꺼내 벽면으로 다가갔다.

"해인아, 이거 뭐야?"

"사장님이 허락만 해준다면..."

여러 포인트 조명이 벽면을 비추고 있지만, 홍보 포스터 한 장 이외에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던 벽면. 

해인은 비어있는 벽면에 가져 온 액자를 걸기 시작했다.

"이...이거 설마...??"

"응...! 이자카야에 있을 법한 그림...생각하면서 그려봤는데... 잘 어울릴까 모르겠다...!!"

"너...정말 계속 이렇게 사람 감동 줄래...!!"

새로 사업을 시작한 아영에게 줄 선물을 떠올리다 그림을 그려온 해인.

세현과의 작업을 마무리한 후, 줄곧 작업해온 결과물이었다.

해인이 벽에 건 그림은 마침 준비되어 있던 포인트 조명에 비추어지며, 마치 처음부터 연출했던 것 처럼 완벽한 인테리어가 되어 주었다.

순식간에 분위기의 격이 달라져버린 아영의 이자카야 내부.

"와...그림 좋다...! 엇... 아까 사장님 한 말 진짠가 보네...!! 혹시...이분...임세현씨...?!"

"예...! 여기 사장 친구 임세현입니다!! 앞으로도 여기 자주 찾아주세요...!! 소문도 많이 많이...!!"

순식간에 팬미팅과도 같이 왁자지껄 해진 아영과 야마다의 이자카야. 

갑작스레 찾아든 이 불청객들 덕분에 이자카야는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가게를 지나치던 사람들에게 이 시끌벅적한 따스함이 전달되기라도 한 것인지, 무언가에 이끌려 또 들어오기 시작한 손님들.

가게 사장 아영, 동업자 야마다, 그리고 임시 직원 세현과 해인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인사했다.

 "이랏샤이마세...!!!!!"



-The END-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히, 그곳에서...<108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