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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기 May 11. 2023

유강낭 걱정


우강이가 보름 전쯤 학교에서 강낭콩을 받아 왔다. 수행 평가라며, 이 아이들을 화분에 심어서 길러야 한다고 했다.


우강이와 격론* 끝에 이름을 '유강낭'이라고 지었다. 그렇다. 자이언츠의 그 유강남에서 따온 이름이다. 정말 야구밖에 모르는 녀석. (*논의 내용 요약: (우강이부터) 강남이 어때? / 강남 아니고 강낭콩이야. / 그럼, 강낭이? / 그건 너무 성의 없잖아. / 그럼...... 유강낭? / 오오!)


강낭콩은 모두 4알이었다. 설명서에 있는 대로 화분에 흙을 채우고 강낭콩을 2cm 깊이로 심은 다음 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잘 주면 일주일쯤 지나 싹이...... 안 난다!


싹이 한 개도 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화분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이것 참 큰일인데... 마음이 심히 어수선했다. 내일까지도 그대로면 강낭콩을 새로 사든 모종을 사든 수를 내야겠다 마음먹었다.


무적 엘지~ 유강낭

워오오오오


다만 우강이는 아무렇지 않다. 화분을 한 번 쓱 보고는 유강남의 (전) 응원가를 부르면 샤워를 하고 있다. 이것은 다행인 걸까, 수행 평가 따위 아무 관심 없는 우강이를 걱정해야 하는 걸까. 아무튼 유강낭이 걱정이다, 나는.









*유강남은 타격에 기복이 있는 편이지만 일발 장타가 있어, 타석에 나올 때마다 기대가 되는 선수이다. 우리 유강낭이에게도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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