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육개장사발면이 무척 먹고 싶었지.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안경이 뿌옇게 된 채로 앞도 안 보이면서 박력 있게 육개장사발면과 총각집맛김치를 먹는 내 모습이 4D로 눈앞에 아른거릴 지경이었다니까.
얼른 우강이를 재우고 편의점에 달려갈 생각이었지.
꼭 이럴 땐 우강이가 잠들지 않지, 그렇잖아?
좀처럼 고, 고 오동통 주둥이를 쉬지 않잖아?
어르고 달래다 결국 잠이 들었는데, 하... 나도 잠들어 버렸지 뭐야.
눈 떠 보니 1시 12분이지 뭐야.
결국 밤새 잠을 설쳤어. 억울해서
몇 번이나 깼는지 몰라.
오늘은 꼭 먹을 거야. 육개장사발면.
밤이 깊었어.
방금 우강이가 당신과 이마를 맞대고 잠이 든 걸 확인했지. 당신마저 잠들어 버린 건 좀 아쉽지만. 어쨌든 감사해.
11시 33분. 완벽한 시간이야.
나는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현관에 섰어.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어.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가 착각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나도 나를 모르겠는 때가 가끔 있으니까... 나는 집중했어. 거의 1분을 숨도 쉬지 않고, 나의 허기를, 고요히 그러니 맹렬히 파헤쳤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나는,
육개장사발면이 먹고 싶었지만
배는 고프지 않았던 거야.
나는 신발을 벗고 옷방으로 가 조용히 잠옷으로 갈아입었어. 왠지 아주 정갈한 동작이었던 것 같아.
침대에 누웠어.
지난 몇 분을 복기해 보았어.
- 나는 나에게 집중했다.
- 나는 육개장사발면을 이겨냈다.
못할 일이란 게 뭐지, 대체?
나는 아주 강인해, 나물아.
*츄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