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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on Dec 20. 2015

무산일기

시시한 악의 연대기

<무산일기>(2011)의 주인공 승철은 탈북자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로 구별되는 신분은 낙인이고 일상은 처절하다. 불법 포스터를 붙이다 노래방에서 일하기까지 그에겐 악한 주변인들 뿐이다. 굶주림 뿐이었던 고향에서 친구를 죽인 트라우마로 도망쳐 왔지만, 서울은 또 다른 악에 지나지 않는다. 전단지 사장은 그를 업신여긴다. 불량배들은 탈북 동료인 경철이 훔쳐 선물한 나이키 잠바를 그어버리고 구타한다. 노래방 주인의 딸 숙영은 그를 연민하나 교회의 숙영은 부끄러워한다. 경철은 브로커를 하다 삼촌에게 사기를 맞아 위기에 처한다. 승철은 경철을 배신하는 나약한 악마가 된다. 유일한 절대 순수인 백구는 죽어버린다. 누구든 우스울 정도의 사소한 계기로 악이 될 수 있고, 그 뿐이 남았다.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 마지막 롱테이크에서 쓰러져 식어가는 백구가 드러난 순간의 여백. 둘. 숙영에게 마음을 어설프게 드러내고자 할 때 뻔히 보이는 민망함과 안타까움. 셋. 승철과 경철이 다투던 때 TV 속 외침. "요즘 누구나 10억 쯤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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