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펀드 조성의 방향성을 위한 전문가 회의
지역 혁신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와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위한 로컬 전용 펀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로컬과 사람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 특성에 맞는 투자가 필요한 법. 제주의 로컬 펀드 조성을 위한 준비가 본격화되기 전, 무엇이 필요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등 전문가들의 모여 자유로운 의견을 나눠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❶ 이자영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이사/제주지사장
❷ 신나리 바인벤처스 상무
❸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
❹ 오상민 로간벤처스 부대표
❺ 민욱조 웰컴벤처스 상무
❻ 이경호 제주센터 팀장
❼ 고은산 와이앤아처 상무
❽ 전용덕 KOC파트너스 대표
❾ 김철우 알티비피얼라이언스 대표
❿ 고덕훈 제주센터 전임
⓫ 조재만 BNK벤처투자 부장
이경호
새로운 강한소상공인 육성 정책이 발표되면서, 로컬크리에이터나 소상공인 육성 패러다임이 ‘육성’과 ‘성장’으로 전환되었고, 더 큰 단계로의 진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대출과 지원만으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자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그래서 로컬 스타트업만을 위한 펀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로컬 전용 펀드 조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 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고은산
여기 계신 분들의 활동 영역이 조금씩 다르지만, 다들 스타트업과 로컬 씬에 관해 오래전부터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아직 명확한 해답은 없다고 봅니다. 특히 로컬 분야에서는요. ‘립스’를 시작하면서 와이앤아처도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했으니 현재 구조에서 보완해야 할 것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펀드나 투자 형태로 변주해서 들어가는 등의 방법이 있는 만큼 로컬펀드에는 다른 투자 방식이 필요하죠.
오상민
소상공인과 시장 그리고 정부 기관 모두가 납득할 만한 좋은 방안이 있다면 좋지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만들어진 프로젝트 등도 로컬과 지역에 적용하기는 굉장히 어렵거든요. 관점을 달리 보면 로컬 스타트업은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하지 못하겠지만, 이들이 원하는 분야 즉, 관광이나 로컬 상품 등에 대한 활성화로 지원하거나, 프로젝트 베이스의 펀드를 만들고 재투자를 할 수 있게 한다면 충분히 잘 구동될 것으로 봅니다. 홈쇼핑이나 마케팅 전용 펀드 등 이와 비슷한 펀드가 중기부 산하에서 진행된 적이 있으니 제주의 로컬 스타트업에 이런 방식이 적절할 것 같아요.
고은산
저는 프로젝트 투자가 굉장히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프로젝트 펀드로 2~3억 원 정도를 투자했을 때 5~10억 원 정도의 회수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로컬 씬은 그렇지 않을 거예요. 제주의 로컬크리에이터는 서비스나 제품을 정말 잘 만들어내지만 시장의 수요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 보니 제품 생산을 최대로 늘리는 데 1억 원 정도만 투자해도 충분하죠. 그러니 회수금도 크지 않습니다. VC(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 개수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로컬 투자를 하나로 묶는다면 그만큼 투자금도 늘어날 것이고, 수익성도 뒷받침되겠죠.
조재만
실제로 그런 펀드가 운영되었고요. 제조사와 제조원, 유통사, 광고·마케팅 대행사 등 관계된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었죠. 그래서 로컬펀드가 제주도의 로컬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을 위한 펀드라면, 시작하는 데는 문제가 없죠.
전용덕
궁극적으로는 로컬 산업의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잖아요. 우리는 그런 꿈을 꾸고 있고, 꿈은 실현될 수 있죠. 단, 필요한 자금이 그만큼 뒷받침된다면요. 라이콘(LICORN)이라는 브랜드를 키워가려면 그만한 자본이 필요한데, 돈을 어떻게 쏟아부을 것인가에 대한 방식이 있어야 하죠. 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 ‘벤처법(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을 만든 것처럼 ‘소상공인 촉진법’을 만들어 펀드 운용에 자율권을 둬야 한다고 봐요. 벤처기업 투자와 로컬 투자는 명확하게 다른 시장이니까요.
어떤 시장 하나를 확장시키려면 자본이 들어가야 함은 물론이고, 인재 양성과 법제의 개선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현 상황에서 극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이현송
실제로 법제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아쉽죠. 저는 중요한 것은 하나밖에 없다고 봐요. 지금으로서는 출자 비율을 높이는 게 좋은 레퍼런스를 만드는 방법이에요. 로컬 투자는 산업에 애정이 있거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하고 있는 느낌이죠. 애정을 느끼는 투자자들은 있으니, 출자 비율까지 높여준다면 로컬펀드를 운영해 볼만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신나리
지금이 지방에 VC를 불러 모으는 데는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투자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VC도 마찬가지죠. 이미 수도권에서는 큰 운용사가 아닌 이상 LP(펀드 운용사)영업과 선정이 힘들어요. 운영이 어려운 펀드 공고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죠. 그래서 많은 VC가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여기에 더해 투자 시장에 대한 교육이 따라와야 합니다. 프로젝트 펀드든 투자처를 확정하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든, 그 방식은 앞으로 더 논의해 봐야 알겠지만, 로컬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이 전체적인 투자 시스템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VC가 처음부터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죠. AC(액셀러레이터) 교육도 중요하지만, 로컬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투자금만 받기보다는 회사를 위해 필요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좋으니 주목적 투자 분야나 펀드 구조에 교육·육성 프로그램을 넣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이자영
제주도에 로컬펀드를 만든다고 하면 무엇보다 성공 여부가 중요한데요, 그러려면 신나리 상무님이 말씀하신 ‘교육’이라는 조건이 필요해요. 제주의 로컬크리에이터나 소상공인들은 정말 좋은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 기획력을 갖췄어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 성공시키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조금 부족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펀드 안에 비즈니스 확장이나 해외진출 등을 위한 여러 가지 재원을 같이 넣어야 합니다.
전용덕
물론 제주의 로컬 생태계에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저는 제주 로컬펀드에 상당히 고무적이에요. 모두가 6차산업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아직 관련 펀드를 만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지역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제주도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아시는 VC가 정말 많고,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기대되죠.
이경호
저 역시 그 부분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하셨던 것 중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관해서는, 그게 우리 제주센터 같은 기관의 역할이지 않을까 합니다. 민간에서 이뤄지는 부분과 연계된다면 시너지 효과도 일어날 거고요. 펀드를 조성하는 사전 단계에서 같이 논의해 역할을 나누고 우리가 보유한 프로그램이나 정부 지원 사업을 연결할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분이 제주의 로컬 투자에 긍정적이라는 게 더 중요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신나리
로컬 투자에 관해서 다른 지자체도 고민이 많겠지만, 제주도는 조금 다른 점이 있어요. 여전히 독립된 섬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서울에서 전남이나 경남, 제주도 가는 시간이 다 비슷하잖아요. 하지만 제주도에 간다고 하면 심리적 거리 때문에 대부분 ‘그 먼 곳까지?’라는 반응이죠. 그러다 보니 아직 노다지예요. 발굴할 것들이 많아요. 창조경제혁신센터나 테크노파크 같은 기관의 영역 이외에도 교육 프로그램 중 AC 가 담당해 줘야 할 영역이 있고, 거기에 VC의 지원이 다채롭게, 단계별로 진행되어야 하죠.
전용덕
확실히 여러 기업을 액셀러레이팅해 보면 각 회사의 특성과 수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느껴져요. 일례로 문서 작성이나 행정처리 등에 익숙한 기업을 교육하면 그만큼의 성과가 바로 나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이라면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니 정보 습득 속도가 느리죠. 비대칭이 존재하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교육이 있어야 해요. 지금 창조경제혁신센터나 테크노파크 등 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당연히 그대로 있어야 하고, 더 확대해도 과하지 않아요. 여기에 각 단계별 교육이 더 필요합니다.
고은산
도의회 등에 로컬펀드의 필요성을 잘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도 제주센터의 역할이라고 봐요. 투자사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구조이니, 기관에서 이를 잘 해결해 준다면 좋겠죠.
이경호
태생적으로 테크 스타트업은 투자를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IPO나 M&A까지 준비해 가지만, 로컬크리에이터나 소상공인은 대부분 그렇지 않죠. 그러다 보니 투자가 필요한 시점도 좀 다를 것 같은데요. 로컬크리에이터인 김철우 알티비피얼라이언스 대표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김철우
로컬크리에이터 대부분 그냥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일, 좋아하는 일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으니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에 관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저희 또한 투자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가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 거죠. 하지만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요. 저희도 유통이나 제조 아니면 콘텐츠 IP(지적재산권)로 비즈니스를 확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죠. 큰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던 상황도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죠.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을 만한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고, 지역과 저희만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팀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시장에서는 다른 것 같더라고요.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기도 어렵고요. 이런 부분에서 저희도 다음 단계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른 로컬크리에이터도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프로젝트 투자 방식도 좋겠고요.
이경호
하나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과정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VC 한 곳의 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 곳의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데 그것도 적절한 시기에 골고루 이뤄져야 합니다. 또 아이가 꿈을 펼치고 싶다고 하면 좋은 학원이나 학교도 보내야 하잖아요. 많은 자본도 필요하죠. 그래서 로컬펀드가 잘 만들어지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제주도에 금융적인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해요. 이게 잘 되면 다른 지역에서 제주의 로컬펀드를 벤치마킹할 수도 있을 거고요.
민욱조
한 기관의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10여 년 전에 출자 사업을 시작할 때 출장비 등을 줄여서 예산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자금을 마련했고, 지금은 그 규모가 50배 이상 커진 펀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접 투자도 하고 있고요. 기관에서 만든 좋은 사례이죠. 그리고 10년, 20년 후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차근차근 설계해 나가야 하죠.
신나리
출자 비율이 높고 펀드 규모가 크다면 VC 입장에서는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지죠. 또 하나는 제주도가 여러 방면에서 좋은 섬인 것은 분명하지만, 산업 쪽에서는 관광이나 식음료 등을 제외하면 뚜렷한 정체성 다소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로컬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 육성 방향도 중요하죠.
이자영
저는 주로 제주도에 있고, 여기에 오신 다른 분들은 각자 다른 곳에서 오셨잖아요. 처음에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같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가 다 같은 방향을 보면서 함께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조재만
너무 VC 입장의 이야기만 한 게 아닌가 싶지만, 아직 준비 단계니까 이런저런 다양한 의견을 들어 보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해 보면 분명 더 좋은 방법이 있어요. 시작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겠죠. 그리고 로컬펀드 조성에 필요한 자금이 있다면 제가 마련하겠습니다(웃음).
오상민
우선 출자 방식을 어떻게 할지 논의가 필요하겠고요, 로컬 전용 펀드라는 것에 대한 부담도 분명 있을 거예요. 이제 투자 대상이 로컬크레이터이니 당연히 그 분야에만 쓰여야 하는 게 맞지만, 그러면 충분한 수익률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복잡하겠지만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로컬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중소·중견기업도 일정 비율 포함시키는 거죠. 어차피 협업에 대한 욕구는 있을 테고, 또 더 큰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잖아요? 협업이 사례가 늘어나기도 할 겁니다.
고은산
목표는 2024년도 투자 자산을 쪼개서 로컬 전용 펀드를 만들어 보는 것이에요. 2024년 상반기부터 펀드 조성에 필요한 사전 작업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내후년을 바라봐야 해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한 만들어 보는 게 중요하죠.
전용덕
로컬펀드 조성이라는 생각을 하고, 실제로 이뤄가려는 제주센터의 노력에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로컬펀드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다음에는 ‘투자 후 어떤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할까’라는 주제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궁극적으로 출구 전략이 무엇인지 확실히 잡고 가야 성장 속도와 방향도 명확해지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1,000억 원 가치의 로컬 스타트업을 만들기 어렵다면, 100억 원 가치의 로컬 스타트업 10개를 만들면 됩니다.
고덕훈
처음에는 로컬 전용 펀트 조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어요. 투자를 받으면 이후 엑시트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로컬 분야에서는 투자자를 만족시킬 만큼의 결과가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또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기관 특성상 이를 지속성 있게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산업 구조가 조금씩 성장하고,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경호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분께서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야기했던 것들이 하나씩 구체화되어 가고, 제주에 로컬펀드가 조성되어 더 탄탄한 생태계가 이뤄지는 그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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