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범하지 않음으로 인해
어디에도 섞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무작정 걸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면서도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이
나를 안심하게 했다.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여기며 겉돌던 내가
완전한 타인들과 섞여 한참을 걷다 보면
점점 나라는 존재가 선명해지고 온전한 나로 서있을 수 있었다.
길 위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바람이 불어달라고 청할 수도 없고
내게 불어오는 바람이 싫다고 피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길 위에서 나는
그 바람을 오롯이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마음의 고요를 찾으려고 두 발을 단단히 붙인 채 버티고 서있었다.
나는 종종 길을 잃고 방황하다 지쳐 돌아오기도 했고
내가 서있는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확신하지 못해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기도 했지만
무수히 많은 날들 변함없이 길 위에 서있었다.
매 순간마다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했고
그리하여 고독에 지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배웠다.
이제 나는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길이 가장 맨 앞이라 믿는다.
내가 가고있는 이 길이 옳은 방향이라고 믿으며
비로소 나를 믿으며
걸어간다.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살아가겠다.
기꺼이 헤매고 길을 잃으며
낯설고 낯익은 모든 길 위에서 언제까지나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