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남자/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21세기북스/2006
사람들은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글을 쓸 시간도 없기에 축약판으로 글을 쓰는 저자. 시간(Tiempo)라고 말하는 시간도 아까워 T라고 줄여 말한다.
2011년 내가 취업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썼던 글을 보고 있자니, 역시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
우리가 행복하다고 주입받는 것들은 결국 사회 체제의 유지를 위한 것들이라는 생각.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보단 결국 사회 체제 유지를 위해 일개미가 되는 게 우리의 인생인 게지. 씁쓰름하다.
어쨌든 TC는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저녁, 자기 인생의 A와 P를 따져보았다.(...) 어쩌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좀 더 정확하게는 인류가 자신에게 던져놓은 엄청난 덫에 걸렸다고 하는 편이 맞을 터였다.(20)
TC는 자신이 가진 T를 모두 팔아버린 것이다.(25)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120킬로미터인데 시간당 200킬로미터로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도 생산되며, 국제환경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수치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산업 활동도 허용되지 않는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줄 알면서 담배가 생산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 T의 판매는 특정 활동과 충돌하겠지만 소비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는 어떤 활동보다 우선할 것이다 소비야말로 '어떤 나라'에서는 가장 중요한 경제 활동이며 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67)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접 요리할 시간이 생긴다면 그건 우리 같은 업소에 엄청난 타격이 되겠지요. 상상이 가십니까? 끔찍한 일이지요.(88)
T가 없다는 것이 바로 사람들의 수많은 필요와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90)
대차대조표는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예전에 체제에서 소유했던 것, 즉 T는 이제 국민들의 소유가 되었다. 그리고 전에 국민들이 빚지고 있던 것, 즉 35년은 이제 경제체제가 다시 국민들에게 의존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T가 되었다. (175)
서구 세계가 영성에서 멀어지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음에 따라, 인간은 모든 일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각종 체제가 오히려 인간의 주인이 되고 말았는데, 특히 시간이란 것이 인간의 주인이 된 지 오래다. (189)
시간은 우리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 점을 잊는 체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191)
위대한 경제학자인 샤비에르 샬라 이 마르틴은 여러 글과 저서를 통해 자유주의의 능력은 바로 복지와 부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