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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Apr 08. 2020

[#하루한줄] 삶의 주도성이 내게 있는가?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혜민/수오서재/2018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글을 쉽게 쓰시고 (글을 쉽게 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따뜻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꼭 옆에서 얘기해주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본인이 겪었던 에피소드를 하나씩 들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내가 살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입을 하다보면 정말 쉽게 공감이 된다. (공감되는 글을 쓴다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이번 중동여행에서 화나는 일들이 많았고, 감정적으로 데미지를 입을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글이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도 따뜻할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정말 최고의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글을 읽을 때 누군가는 따뜻해진다는 생각을 했을까? 시차때문에 잠이 안와 별 생각을 다한다. 요새 약간 멘탈이 나간 기분인데,  다시 무장해야겠지.. 정신차리자. 정신차려야지. 





어쩌면 지금 우리가 힘들고 지친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내 삶의 고요함을 잃어버리고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디를 가도 끊임없이 나를 봐달라는 소란한 광고 소리, 시시각각 일어나는 사건사고 뉴스 소리, 여기저기서 울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 두드리고 부수는 공사 소리,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는 소리가 들리지요. 거기다 우리 손에 쥔 핸드폰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벨과 문자 알림 소리가 울립니다. 현대 문명은 한순간도 우리 영혼을 가만히 쉴 수 없게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하루를 반응만 하다가 끝낼 수도 있어요. 반응만 하면서 끌려다니지 말고 자기가 결정하고 주도하는 삶을 사세요. 



우리의 관심은 주로 밖으로 향해 있고,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분주하기 때문에 지금 나는 어떤 느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싶은지 들여다볼 겨를 없이 그냥 살아갑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끊임없이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만나는 시간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다. <헤르만 헤세/데미안>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 해요. 




이규경 시인 <용기> 






 



행복의 요소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바로 '삶의 주도성이 내게 있는가?'하는 점이다. 즉 지금 하는 일을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할 때 사람은 행복하다고 느낀다. 내가 삶을 주도할 수 없을 때는 그게 아무리 남들이 재미있는 것이라 해도 힘겨운 일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자기 안의 어떤 모습이 싫으면 그 모습을 스스로 바꾸려 하지 않고 그 모습을 한 다른 사람들을 바꾸려 한다. 



어른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든지 안 하든지 둘 중에 하나지. 그냥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 말아라."



서른 살 나에게 돌아가 해주고 싶은 말: 작은 성공이나 편안함에 안주하지 마. 사람을 볼 땐 학벌, 집안, 스펙 같은 외형보단 그 사람의 성장 과정, 성격, 유머감, 끈기 같은 걸 봐. 자연과 책을 가까이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미신이고 미신이 아니고는 그 시대 가장 지배적인 종교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지배적인 종교 이외의 종교를 믿으면 지배적인 종교가 미신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종교들을 속박해온 것이다. 세월이 지나 지배 종교가 바뀌면 우리의 후손들도 지금 우리 기도의 대상을 미신이라고 규정할지도 모른다. 



불교사상 가운데 자비무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서운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자비로운 사랑의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자비한 마음에는 적이 없습니다.



일요일 법회가 끝나고 사찰의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보니 엄마와 장 보러 같이 걸었던 행복했던 시간이 문득 떠오른다. 이런 소소하지만 행복한 기억은 살면서 힘들 때마다 꺼내어 볼 수 있는 우리 영혼의 따뜻한 등불이 되는 것 같다. 우리는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순간순간 행복했던 기억의 힘으로 살아간다.



누구를 미워하는 것은 내 마음속에 그 사람의 모습을 잊지 못하도록 새기는 일. 그래서 다음 생에 또 만나는 인연을 만드는 일.



행복의 척도는 얼마나 성공했는가보다는 밤에 숙면을 충분히 취하는가에 있다. 숙면에 도움이 되는 법: 머릿 속 걱정들을 정리해보기 / 감사한 일 세가지 찾아보기 / 책을 읽거나 잔잔한 음악 듣기 / 형광등 보단 은은한 조명 켜기 / 술 안 마시기 / 샤워는 따뜻하게 잠들기 90분 전 / 방 온도는 약간 차갑게



우리 마음은 변화에 민감해서 긍정적인 새로움을 경험할 때 행복해합니다. 하고 나면 행복해지는 소소한 일들: 운동 / 방청소 / 고마움을 담은 문자나 이메일 보내기 / 부모님께 용돈 드리기 / 샤워나 목욕 / 기부나 봉사 / 사랑표현 / 맛있는것 적당히 먹기 / 영감을 주는 강연 / 고요한 명상과 기도 



아름다운 옷이나 최신 전자 제품을 구입해서 행복한 것은 그 외부 대상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 대상들을 구하던 내 마음이 쉬게 되었기 때문에, 멈추고 조용해졌기 때문에 만족스럽고 평화롭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사실만을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만난 후 나쁜 감정만 남기는 만남은 되도록이면 자제하세요. 그런 만남이 아닌,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지지와 응원을 주고받거나, 내가 뭐라도 배우는 만남, 깊은 연결감이 느껴지는 따뜻한 만남을 가지세요. 불편한 마음이 드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그 사람의 나쁜 면이 보일 때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으면 그 사람이 나의 스승이 됩니다. 



우리가 살면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내 문제점만을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크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프레임 안으로 나를 더 견고하게 가두고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든다. 이럴 땐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것보다 남에게 아주 작은 친절을 베풀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의 작은 도움으로 상대가 잘되는 모습을 보면 내 자존감도 올라가고 세상과의 연결감도 증가하게 된다. 



상처를 준 사람의 입장에선 항상 별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상처받았다는 사람은 많은데 상처를 줬다는 사람은 없다. (어제 밤에 본 그것이 알고 싶다 설리편이 생각나는 구절.)



인도의 성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는 자기 성찰은 관계라는 거울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다른 사람과 어떤 부분에서 부딪칠 때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인도의 또 다른 스승 오쇼 라즈니쉬는 인간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우리 마음을 바위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서 어떤 상처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고, 반대로 자신과 타인의 상처를 대면할 용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민감하게 느끼면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수용하고 지혜롭게 대처해나갈 때 비로소 우리 영혼은 성숙해진다. 



사람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의 깊이만큼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돌출 행동을 합니다. 특히 관계에서 나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그의 깊은 불안을 자극하면 갑자기 화를 내거나 그날 이후 잠수를 타거나 나와 절연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나쁜 일도 나를 거듭나게 하는 변화의 반환점으로 여기면 정말로 그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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