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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러게요 Mar 09. 2024

왜 글을 쓰려고 해서.

내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톡토로 단톡방에서 글쓰기 모임을 한단다. 해야 할 일에 스트레스 받으며 하지 않기를 1년 좀 넘게 매일같이 하고 있으니 채찍질 겸 신청하면 좋지 않을까, 하며 선착순 모집이 끝난 뒤 읍소(?)하며 들어갔다.

확실히 나이를 먹을수록 이 별 것 아닌 일에도 마음을 먹어야 하고 끙차,하고 일어나는 정도의 힘이 들어간다. 이래서 사람이 젊을 때 공부를 하고 젊어서 고생도 막 사고 그러나보다. 난 이제 해야 할 일 정리하기도 해야할 일 같아서 못하고 있다. 루틴의 중요성을 떠올리며 하지만 그거 못 지킬 거 같은데 하는 날들이다.


여하튼 그리하여 난 사실 공부방 블로그에 홍보 겸 정보글을 주1회라도 써야지, 그럼 쓰게 되겠지? 생각했지만. 세상에 해야 할 일은 어쩜 그렇게도 내 적성이 아닌 것 같은지. 하지만 사랑과 연애가 현대 사회의 창작물이듯 적성에 맞는 직업도 현대 사회에나 태어난 개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선은 그냥 뭐든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쓰려는 글은 이런 내용이 아님에도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사람에겐 숨쉬듯 자기 암시와 변명이 번갈아가며 나오기 때문에 또 이런 반복적인 이야기만 절로 써지고 있다. 그래서 내 적성이 아닌 것만 같은 해야 할 글쓰기(공부방 블로그 꾸미기 줄여서 공블꾸)를 미루고 다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소영 선생님의 어린이라는 세계 를 떠올리며 아이들 이야기를 써볼까했지만, 난 김소영 선생님처럼 따스하고 귀엽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아닌 거 같다. 여기서 또 적성 얘기를 한바탕 써버릴 것 같으니 여기서 접고. 내가 뭘 쓰려하는가, 무슨 생각을 하는가 어떤 것들을 써보려 했는가. 이런 결국 다 같은 말을 글자만 좀 다르게 쓴 이야기를 마저 적을까한다.


이 글을 공유는 하고 싶은데 나의 블로그는 버려진지 오래고 난 글도 말도 너무 가감없이 솔직하게 해버리는 모자란 사람이라 공부방 블로그에도 쓸 수가 없고, 노션에 쓰자니 또 비공개랍시고 분명히 미루다 안쓰고 썼다고 뻥칠 것 같아서 브런치에 정말 오랜만에 접속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글을 쓸 수 있게 된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늘 시도 중이다. 시키지 않아도 쓴 것은 일기, 교환일기, 팬픽 등이 있을 거고. 한창 중이병 시절엔 시도 썼다. 노래 가사도 쓰고. 그시절엔 왜그렇게 사랑이 넘쳐났는지. 대학시절부턴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기사도 쓰고, 책 홍보자료도 쓰고. 그러다 3년 전 영상 편집을 배웠는데, 영상에 자막쓰다보니 너무 적은 양밖에 쓸수가 없어서, 그게 답답해서 브런치를 개설해서 마시는 이야기를 썼었다. 왜냐, 유튜브 채널도 마신다TV였기 때문에. 하지만 또 흐지부지 되었고 하지만 또 지금 읽으니 글케 재밌는 거다. 난 내 글의 유일한 독자이자 팬인데 작가도 팬도 게을러서 쓰든 말든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또 2년 전엔 김중혁 작가님이 글쓰기 강의를 하셔가지고 그 글도 썼다. 작가님이 잘쓴다 해주셔서 일년을 붕붕 떠 다녔지만, 마음만 떴을 뿐 과제였던 글 두 편 말곤 전혀 쓰지 않았다. 이쯤되니 글은 늘 쓰고 싶지만 늘 안쓰는 사람으로 결론이 났고, 포기하면 쉽기 때문에 순식간에 글쓰기를 잊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엔 잘 쓰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내가 하고 싶은 말 더 깔끔하고 재밌고 정확하게 누군가는 늘 써준다. 그거 복사해다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인양 떠들어대면 그만. 어차피 말할 사람도 얼마 없고. 적다보니 정말이지 과연 맞는 말이고 쓸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이만 줄일까? 쓰려고 생각해 둔 소재를 기록하는 것이 오늘 글의 목표였는데, 그것도 그다지 쓸모있는 일은 아닌 것 같고 말이다. 또 어디 누가 잘 써줬을텐데. 그치?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최고로 쉽고, 나는 최고로 잘하지만,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식키우는 보호자입장에서 엄마처럼 안살아야지의 엄마를 맡고 싶지 않다. 심지어 그렇게 쓰이는 엄마들, 나보다 열심히 살았다. 아 너무 열심히 살아서 저렇게 안살아야지가 되는 건가? 아. 급깨달음. 여튼 그럼 바꿔서 엄마처럼 게으르지 말아야지의 엄마를 피하고 싶다. 아니 피하기까진 못하겠고 고개 절레절레 정도만 피하고 싶다. 그래서 자질구레한 일을 할 때도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에 하지 않고 그때는 누워있다가 아이가 오면 한다. 지금도 그거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남편은 출근해서 아이랑 둘이 있기 때문에 뭐라도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


이렇게도 게으른 나지만, 그리고 너무 익숙해서 이제 부끄럽지도 않은 나지만. 글을 써야지 하며 어젯밤에 잠들기 전 쓸거리에 대해 생각을 했다. 이건 할 말이 있다기 보다 더 생각해보고 싶은 소재들이다. 느낌과 기분과 감정으론 몽글몽글하니 꽤 푸짐해보이는데 막상 쓰자면 한 두세줄밖에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생각에 생각을 하고 다른 이야기도 좀 가져와서 붙여보고 싶은 이야기들.


1. 나는 아이에게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는가.

2. 효율충 vs 해보고 실패하기

3. (내가 뱉은 말, 내가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 말은 나이를 먹지 않는 것에 대해. 하지만 말한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4. 당연히 읽어 온 사람이 읽기를 가르치는 일에 대해

5. 세상을 망가뜨린 어른들이 세상이 망가졌음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에 대해.

6. 모르면 손해보는 것 같지만, 또 알아 낼 의욕은 없는 나이듦에 대해

7.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욕심에 대해.


옴마야 일곱가지나 써버렸다. 매주 한가지를 골라 일주일 동안 생각해보고 써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잡아볼까. 역시 사람은 뭐든 해봐야 뭘 하게 된다. 브런치를 킨 나를 칭찬하며 글을 마쳐야겠다. 공블꾸도 하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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