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는 글
* 2024년 9월, 링크드인에 올린 글을 옮겨본다.
긴팔이 필요할만큼 쌀쌀한 바람이 코끝에 닿는 날. 계절이 변했음을 실감하고, 게으름에 미뤄놨던 소회를 이제야 꺼내봅니다.
한 달 전쯤, 습기가 머리 끝까지 달라붙던 8월의 무더운 여름날. 알고케어에서 보낸 시간들을 뒤로 하고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늘 그렇듯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결심은 단단했고 실행은 빨랐습니다. 알고케어에 합류하고 1년 6개월 남짓. 그 시간이 짧았는지 길었는지는 각자의 관점으로 다를테지만, 고민은 누구보다 깊고 치열했으니 시간의 밀도에는 자부심을 느껴도 되겠죠. 그 단단한 시간을 켜켜이 쌓아올려 회사도 제법 성장했으니, 결과적으로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여정이었다고 다시금 돌이켜봅니다.
작은 회사, 그것도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건 에너지를 아주 많이 요구하는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알고 있어도 항상 새삼스럽더라고요.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을 태워 성공을 빚어가며 눈물도 웃음도 나누는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각자의 열정으로 반짝거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함께하며 참 많이 배웠어요.
그 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다는 것, 다르게 말하면 저를 둘러싼 세상이 더 넓어졌다고 느낍니다. 예상치 못한 경로로 삶을 꾸리는 사람도 보았고, 남다른 열정으로 벽을 뚫고 가는 사람도 만났고, 탁월한 용기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사실 어쩌면 박사를 마치고, 대기업에 가고, 스타트업도 다녀본 조금은 독특한 저의 궤적이 이 배움의 기본 전제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람들의 삶의 모양이 제각각의 형상으로 존재하는구나.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구나. 그런 생각들이 차츰 모여 결심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다음 1년간 새로운 모험을 떠나려고 합니다.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큰 파도에 한 번 몸을 맡기고 불확실한 모험의 세계로 떠나보려 합니다. 그럴듯하게 말했지만 사실 당분간은 큰 계획이나 고민없이 자유롭게, 즐겁게 지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와 함께했던 소중한 모든 동료들에게도 조금쯤은 자유와 즐거움이 닿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 번, 저와 시간을 보냈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길에서 돌고 돌아 또다시 만날 날을 기대할게요.
우리, 꼭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