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vel tradition
소박하지만 오래된, 나의 여행 전통. 긴 여행을 가게 되면 친구들에게 엽서를 써서 부친 게 벌써 12년 즈음이 흘렀다. 피렌체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후로 퀘백, 뉴욕, 그랜드캐년, 바르셀로나, 멜버른, 시드니에서도.
낯선 도시에 도착해 누군가를 떠올리며 어울리는 엽서를 고르는 기분은 아름답다. 한적한 카페나 숙소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를 즐기다가 펜을 들어 적어본다. 여기는 어디인지,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 당신과 내가 언제 어떻게 만나 지금껏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지. 자주 쓰지 않는 손가락 근육이 아파올 때쯤 엽서의 공간도 가득 찬다. 어렵게 구한 우표를 정성껏 붙이고 영어 주소를 또박또박 적어낸다. 여행이 끝나기 전에 우체통을 찾는다면 엽서를 부칠 수 있다. 무사히 잘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보내본다.
퍽 아름답게 쓰인, 다분히 개인적인 이 전통은 사실 꽤나 번거롭기도 하다. 마음에 드는 엽서를 구하는 일부터 주소를 수집하고 영어로 바꾸는 것, 낯선 나라에서 국제 우편이 가능한 우표를 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 감상을 정리하고 손으로 써내는 것, 분실에 대비해 사진을 찍어두는 것(실제로 엽서가 도착하지 않은 적이 있다), 우체통을 찾아 부치는 것까지.
종종 어렵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의외로 꽤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점도 그렇지만(생각보다 엽서, 그리고 국제우편 우표가 꽤나 값이 나간다)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아주 여유로운 여행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기에는 너무 낭만적인 전통이니까. 이번 아이슬란드 여행에서도 써본다. 내 생각보다 더 아름답고, 더 기괴하며, 더 고독한 아이슬란드에서. 이 나라의 우편 소인이 선명히 찍힌 그 엽서가 언제쯔음에 당신의 집에 도착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