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일의 여행, 31장의 엽서
지금까지 내가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는 바로 대학생 때 여행을 많이 한 것이었다.
2012년에 인도와 네팔 두 달, 2014년에 스페인 한 달, 틈틈이 짧은 여행 여러 번.
일을 시작한 후 마음 한 켠에는 항상 긴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이 있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그립지도 않았을 텐데 마음이 지칠 때마다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미련을 꾹꾹 접곤 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던 어느 날 퇴사를 했고
파리행 비행기 표를 끊고 한 달 동안 유럽으로 떠났다.
그리고 오랜만에 떠나는 특별한 여행을 기억하기 위해 여행의 매일을 엽서 위에 그렸다.
여행에서 만나는 풍경이 담긴 엽서 위에 내가 오늘 어디를 갔는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남겼다.
일기를 쓰듯 맨 위에는 날짜, 날씨를 쓰고 숙소, 정류장, 목적지를 표시했다.
이동 경로는 구글 지도를 보고 최대한 지도 위 길 모양과 비슷하게 그렸다.
걷는 건 점선,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동한 건 실선으로 나타냈다.
3월 8일 출발, 4월 9일에 돌아오는 여정으로 총 32일 여행.
노트 위에 여정을 그린 첫 날을 제외하고 총 31장의 엽서.
크기도 디자인도 제각각인 엽서에 그 날의 여행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