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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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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벨라 Jul 18. 2019

싸이월드 세대가 라디오를 즐기는 방법

<오후의 발견 이지혜입니다>는 뉴트로 그 자체입니다

뉴트로가 뭐길래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에 대한 열광은 현재 진행형이다. <라디오 스타> 새 MC로 발탁된 안영미가 만나고 싶다고 밝힌 가수 양준일 사례만 봐도 그렇다. 시간 여행자로 의심받는 패션 센스와 노래로 <리베카(1991)> <헬프미 큐핏(1991)> <가나다라마바사(1992)>가 뒤늦게 인기를 얻고 있다.


MBC가 소장한 양준일 영상 대방출 /사진=유튜브 아나스타시아


뉴트로에서 중요한 건 새로움보다는 친근함이다.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든다면 어쩌면 성공. 그래서 잊힌 친근함을 무기로 <오후의 발견 이지혜입니다(오발)>는 싸이월드를 가져왔는지 모른다.    



<오발>은 왜 싸이월드를 골랐을까

<오발>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반가운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세심하게 신경 쓴 대표 화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2000년대 초반을 강타한 싸이월드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당시 1020세대 역시 나와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이들에게 <오발>과 싸이월드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사진=iMBC 오후의 발견 이지혜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샵디(<오후의 발견 이지혜입니다> DJ 애칭)는 4인조 혼성 그룹 샵(S#arp)의 메인보컬 이지혜다. 룰라 이상민이 프로듀싱해 1998년 데뷔했고 짧고 굵게 가요계에 획을 긋고는 2002년 해체했던 그룹. ‘Sweety’, ‘가까이’, ‘Tell me, Tell me’ 등을 히트시켰고 특히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은 싸이월드 브금(BGM)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싸이월드가 샵디와 접점이 많은 이유는 시대에 있다. 싸이월드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던 때가 바로 1999년이고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때가 2002년이다. 샵의 노래가 도토리(싸이월드에서 사용하는 사이버 머니)를 끌어모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반 10대나 20대였던 이들에게 샵과 싸이월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짝꿍이다. <오발>은 조금 더 넓혀 ‘90년대를 의미 있게 생각하는 누군가’로 청취자 타깃을 잡은 듯해 보인다. 90년생인 나는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90년생은 라디오를 듣지 않는다

<오발>의 90년생 청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싸이월드로 가상세계를 접하고 싸이월드로 소통했던 ‘싸이월드 세대’ 가운데 가장 어린 우리들의 이야기. 우선 라디오라는 기계를 소유한 90년생이 몇 없다. 대부분 라디오를 오디오 형태로 데이터를 이용해 듣는다. 이미 라디오가 아닌 셈이다. 그러나 라디오를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앱 mini, 팟빵으로 원하는 회차 오디오를 듣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유튜브를 통해 보이는 라디오를 다시 보기도 한다. 다만 본 방송 시간에 주파수 맞춰 라디오를 듣지 않을 뿐이다.


90년생은 라디오를 듣기만 하지도 않는다. 듣고 재가공하고 공유한다. 마음 녹이는 힐링 멘트와 추억 돋는 선곡으로 뉴트로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오발>이 여기서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소통을 인터넷으로 배운 싸이월드 세대에게 소통할 거리를 더 내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진=iMBC 라디오 스타 615회


<라디오 스타>에서 샵디는 청취율 조사 시스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내 생각도 같다. 문자 메시지나 전화로 이뤄지는 조사에 신뢰도를 기대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특히나 나, 90년생은 앱 mini나 팟빵이 편하다. 청취율 조사에 오디오를 다시 듣는 나 같은 사람도 집계되는지 의문이다.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청취율보다 정확한 소통의 증거, 바로 인스타그램 10만 뷰 돌파 사건이다. <오발> 공식 SNS 계정(@mbc_afternoon)의 창틀 청소 영상 조회 수가 122,103회(2019년 7월 17일 자)를 기록했다. 이 게시물이 청취율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을까? 직접적인 청취율에 큰 차이를 주지 않았을지라도 MBC 라디오나 <오발>, 샵디의 이미지에는 긍정적 영향을 끼쳤을 거라 감히 예상해본다. 물론 라디오를 듣는 방식으로 소비하지 않고 나아가 보고 재가공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소비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성과였다. 그렇다면 주목해야 할 건 청취율보다,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SNS 활용도 아닐까?


사진=오후의 발견 이지혜입니다 공식 SNS 계정(@mbc_afternoon)


MBC 라디오는 현재 ‘MBC Radio 봉춘 라디오’라는 이름의 유튜브 계정이 있다. 아이돌 관련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이외에도 유명 가수의 라이브 영상이 주를 이룬다. 샵디의 주부 꿀팁 탭이 더해지면 어떨까? 샵디 역시 유튜버(오마쥬 TV)로 활동하고 있고 주부 꿀팁 영상은 꽤 높은 조회 수를 자랑하는 콘텐츠다. 아직 주부가 되긴 멀었지만 이미 혼자 살고 있는 90년생이나, 아기 엄마가 된 90년생(기승전 90년생)에게도 유용한 탭이 될 것이다. 앗, 물론 <오발>을 사랑하는 90년생 외의 분들에게도.



마치면서, 오늘도 굿 샵(S#arp)!

소위 ‘옛날 노래’를 틀어주는 라디오는 많다. 그러나 싸이월드를 내건 라디오는 <오발>이 유일하다. 충분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소통은 토를 달 데가 없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보이는 라디오, 사람이 느껴지는 소통! 참 꼼꼼하고 따스한 방송이다. 처음 <오발>을 듣고 <이지혜의 음악 텐트>라는 코너에 감동받은 적이 있다. 이후 순서를 배려한 사람 냄새나는 라디오라 느꼈다. 괜히 마음이 뭉클했다. 싸이월드와 샵디, 싸이월드와 <오발>의 공통점은 사람 냄새난다는 점이다. 오후 4시를 아련함으로 가득 채울 샵디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오늘도 굿 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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