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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벨라 Oct 07. 2019

수술실 CCTV 논란, 궁금하면 MBC로

MBC는 당신에게 어떤 언론인가요?

최근 <뉴스데스크>를 보다 눈길이 가는 기사가 있어 주의를 기울여 시청했다. ‘수술실 CCTV 의무화’와 관련된 기사였다. 작년 한 해 내가 겪은 수술실을 떠올리게 해 쉬이 지나칠 수 없었다.


서울 유명 발목 인대 수술 전문 외과에서 관절경 수술 전문의에게 수술을 받았고, 수술 직후부터 발목을 돌아다니던 핀 때문에 의사에게 여러 번 건의했으나 괜찮을 거란 말을 들었고, 결국 수술 부위에 염증과 피가 고인 채 반년을 보내다 타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고 난 후에야 재수술을 해주겠다는 선심 쓰는 말투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재수술 역시 완벽하지 않았고 타 병원에서 세 번째 수술을 끝내고야 드디어 난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아직 충격적일 게 남았다) 수술 도중에도 본인이 넣은 핀이 몇 개인지, 내 발목에 몇 개의 핀이 돌아다니는지 알지 못해 내가 “저기요, 핀 하나 더 뽑으셔야 되는데요.”라고 말하고서야 “아 그래요?”라는 섬뜩한 답변을 던졌다는 것. 재수술이 끝난 후에 난 수술기록지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물론 이것은 글이기에 얼마든지 고치고 지우고 버릴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CCTV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순간이다.


누구나 살면서 중요한 수술을 한 번은 맞으리라 생각한다.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라 하더라도. 환자인 우리는 언젠가 살다가 한 번쯤은 정보량 측면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그래서 수술실 CCTV 의무화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 대다수의 국민이 약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쉽게 논의를 폐기할 수 없다지난 5월 국회에 발의된 지 하루 만에 의원들의 자진 철회로 폐기되었던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아직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고 국민에게 이와 관련된 정보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MBC는 수술실 CCTV 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은 건가

수술실에 CCTV가 필요한가 하는 문제에 대해 나는 아직 의견을 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당하고도 찬성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글쎄. 사회적 위치가 높은 직업을 가진 이들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저버리는 결정을 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는 쉽게 생각할 수 없으니까.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그래서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에 수술실 CCTV 의무화 논쟁에 대해 검색해봤다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면 왠지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튜브에 올라온 <14F 일사에프> <엠빅뉴스> 콘텐츠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MBC를 발견했다. <14F> <PD 수첩> <엠빅뉴스>를 비롯해 <100분 토론>까지 다양한 플랫폼의 서로 다른 콘텐츠를 통해 해당 이슈에 한발 다가서려는 노력이 유독 MBC에게서 보였다MBC만 수술실 CCTV 문제에 관심이 많은 걸까? 아마 아닐 것이다. MBC가 의료 전문 방송사도 아니고 왜. 실제로 SBS는 작년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영업사원이 수술실의 금손으로 집도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방송을 내보낸 바 있고, KBS 역시 작년 <제보자들>을 통해 수술실에 CCTV가 없기 때문에 의료사고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그럼에도 최근 발의된 이 법안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빅카인즈를 통해 '수술실 CCTV' 관련 기사를 검색해본 결과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경인방송 OBS에 관련 기사가 많고, 뉴스 전문 채널인 YTN에도 타 방송사보다 관련 기사가 많다. 그중에 MBC가 눈에 띈다. OBS와 YTN을 제치고 방송사 중에 관련 기사(2019.01.01.~2019.09.26. 기준)가 가장 많았다. 혹시 다른 더 중요한 기사 –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가 있겠냐마는 를 쓰느라 논란의 여지가 있고 이슈랄 것도 없이 사라질 문제에 대해서는 힘을 뺀 걸까. 뉴스에 문외한인(?) 나는 내 목숨 줄이 달린 듯한 이 이슈가 가장 궁금한데, 역시 조국 딸 논문 문제보다 수술실 CCTV 문제는 덜 중요한 사안인 걸까. 궁금해졌다. 이유가 뭘까?



그렇다면 왜?

꿈보다 해몽일 수 있지만 감히 추측건대 MBC가 지향하는 바와 결이 맞닿아있지 않을까. 국민의 의견을 대리한다는 국회의원이 발의된 법안을 논의 없이 폐기했던 과거에 대해 언론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찬성 의사를 밝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국민이, 그리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논쟁의 과정이 있었나 돌이켜본다면 아마 대답은 No.


<뉴스데스크> 2019년 9월 24일자 보도 일부


국민을 대표하고 의견 표현에 여러 경로를 내어주어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면 현재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공론의 장을 열어 생각할 물꼬를 터주고, 다수결로 돌아가는 국회에 국민의 대표성을 띤 의견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공의 논쟁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집단의 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언론은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을 던지고 논의 과정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가려질 위험이 있는 문제에 자꾸만 불빛을 비춰야 한다.


갈등이라는 결과가 눈에 빤히 보인다고 눈 가리고 돌아가는 건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오히려 갈등과 논쟁을 통해 더 나은 방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올바르다어쩌면 사소한 수술실 CCTV 문제에 대해 MBC가 취하고 있는 태도가 이와 같다고 판단했다.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음에도 <뉴스데스크>에 법안 도입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국회의원을 일일이 밝히거나, <100분 토론>을 통해 찬반 양측의 의견을 골고루 조명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벌써 5년

최승호 사장 등 MBC 이사진은 취임 후 첫 이사회를 마치자마자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았었다. 방명록에 “MBC의 잘못을 사죄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새기고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뼈아픈 충고의 말을 들었다. 이제 5년이 지나가고 있다. MBC는 어떻게 바뀌고 있나변화의 방향은 옳은가이러한 질문에 쉽게 무어라 답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명확한 듯 보인다. 노력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갈등을 빚는 건 당연한 이치다.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자세보다 갈등을 즐기자는 자세가 도움이 될 것이다. 주체가 언론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앞으로도 사소한 듯 중차대한 제2의 ‘수술실 CCTV 의무화’ 논쟁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마다 꾸준히, 말없이 지켜보는 나와 같은 국민도 많을 것이다. 과연 언론은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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