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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in Mar 04. 2018

더 이상 '문송'하지 않다.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조원경 저) 훑어 읽기


4차산업혁명, 산업4.0 과 같은 말이 넘친다. 하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알기 쉽지 않다. 그 이유에 여러 가지가 있다. 전문가 집단의 이야기는 너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혹은 4차 산업혁명 담론 홍수의 시대이지만, 정작 유의미하고 정확한 정보를 판단할 근거가 없어서 혼란스럽다. 정보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일관된 메시지로 관통하는 책은 더욱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나온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조원경 저)’은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

정말 한 권으로 충분한지는, 읽어봐야 알 일이지만!



이 책은 저자의 약력과 기존 저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저자인 조원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일전에도 경제학 대중서인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경제적 청춘’를 출간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공과대학에서 기술정책 합동과정 중에 있다. 실물경제 감각과 경제이론에 대한 친절한 서술 그리고 경제학을 통해 바라본 삶에 대한 친절한 에세이는 일관된 메시지를 갖는다. ‘우리 삶에 어떤 의미부여를 하며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공과대학에서 기술정책 합동과정에 있기에 최신의 기술변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고 소화한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정책입안자(Policy maker)로서의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4차산업혁명, 새로운 기술의 도래는 낙관론과 비관론의 ‘논쟁’을 가져왔다. 많은 책들이 이 논쟁에서 하나의 입장을 기준으로 서술되곤 하지만, 이 책은 입체적으로 다양한 주장을 소개한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판단은 유보하고, 독자와 함께 고민하려는 친절함도 있다. 이 책은 논픽션(비문학)의 정보전달과 픽션(문학)의 스토리텔링 중간에서 친절한 방법을 취사선택한다.




이 책이 주는 유익은, 더 이상 '문송'하거나 ‘낙심’ 하지 않아도 된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오래된(3~4년쯤 된) 유행어가 있다. 높은 문과생의 취업문턱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인한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 한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도 ‘문송’하게 된다. 이는 문과만의 문제가 아니고, 새로운 기술/세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든 사람이 느끼는 비슷한 감정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의 단어가 나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문과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출처: SBS)

그리고, ‘세상에 뒤쳐진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낙심한’ 이에게는 자신감을 주는 책이다. 각종 가상화폐를 통해서 엄청난 자산을 획득했다는 지인이 하나둘씩 나온다. 실체가 무엇인지 파악이 되지 않고, 가치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애매하다. 하지만, 정작 해당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시류에 편승하지 못해서, 세상에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도 많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들린다. 이에 대해, 저자는 뒤쳐지 않았다고, 마냥 인간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샀어야 했는데...



기술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늘 ‘죄송’해야 하고, ‘낙심’해야만 하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술은 인간을 위협하기 위해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나왔고, 이를 잘 이용하는 인간의 가능성이 부각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하는 소울메이트(SOULMATE)를 소개한다. 그리고 각각의 소울메이트는 S(Singularity특이점, Share클라우드), O(Opulence로봇세, Occupation일의 미래), U(Ubiquitous사물인터넷, Urbanization스마트도시), L(Ledger블록체인, Liquidity가상화폐), M(Marketing디지털마케팅, Mobility우버), A(AR증강현실, Analysis빅데이터), T(Transportation자율주행차, Transformation3D프린터), E(Evolution기술진보, Ecosystem플랫폼경제/디지털생태계)이다.

애인말고 기술변화가 소울메이트... 조금 속은 느낌이 들긴 한다. (출처: MBC)

이 책은 변화하는 기술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관련 기술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2편의 클라우드 서비스, 5편과 6편의 블록체인, 가상화폐에 대한 설명은 어떤 글보다 쉽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우버(Uber)는 익숙하지만, 정작 내용은 잘 모르고, 증강현실(AR)과 가상실제(AR)에 대해서도 어설프게 알고 있었다. 이 기술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익숙함을 뛰어넘는 ‘이해’를 돕는다. 어떤 필요에 의해서 해당 기술이 나오게 되었으며, 그 기술의 원리와 내용은 무엇이며, 나아가 해당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친절히 소개한다. 한편 해당 기술이 우리 삶을 온전히 바꿔놓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하는 사회적인 규제와 인식의 문제들도 소개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독서의 지경이 넓어진다. 이 글을 근거로 다른 책과 아티클을 읽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이 소개하는 디지털혁명4.0에 대한 정제된 틀(Schema)을 장착한다면, 지식과 실력이 쌓이는 독서(cummulative reading)생활을 하게 된다. 단연 좋은 ‘입문서’다. 좋은 입문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개략적 이해를 돕고,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인생이나 운명의 주인공은 우리 자신이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정신차리고 희망을.. (출처: MBC)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떤 태도와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 소개한다. 1편 인공지능에 대한 설명에서 ‘인간의 온기’에 대해 서술하고, 4편 일과 직업의 미래를 설명할 때에는 노동의 본질과 자아정체성을 함께 고민한다. 특히 9편 디지털마케팅에 대한 설명은 새로운 마케팅, 온디멘트 경제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돕는다. 소셜미디어(Social Media), 플랫폼과 컨텐츠시장은 이미 우리 삶과 분리할 수 없다. 분리할 수 없는 요소들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잔잔하게 설명한다. 12편 빅데이터에 대한 내용은 삶의 지혜를 던진다. 정보의 양보다,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제학'으로 위로받고, 인생의 문제에 대해 조언받고 싶을 때 읽는 책

 이 책을 전작인 ‘경제적 청춘’의 연장선에서 두고 싶다. 삶은 끊임없는 고민과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고민하는 ‘해결과정’은 청춘의 몫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인생이나 ... 운명의 주인공은 우리 자신(경제적 청춘, pp.330-331)”이다. 급격한 기술발전은 우리에게 ‘불확실성’이라는 장막을 치며, 모두를 불안하게 만든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마중물은 기술지식보다, ‘흔들리지 않는 삶에 대한 태도와 철학’이다.




로봇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한편, 기술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시민으로서 함께 고민하는 책이다. 새로운 기술에 따라 어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지,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소개한다. 경제학의 고전적 논쟁인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 ‘생산성과 포용성’이라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4차 산업혁명에서 고민하는 내용은 ‘빼앗기는 일자리’이다. 그리고 ‘불평등의 심화’이다. 세상이 변화에 순응하는 ‘생존’의 몸부림도 중요하나, 억울하게 ‘도태’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의 기계화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한 러다이트운동은 기계를 파괴하고 다녔다. 21세기 4차산업혁명기 경제인들이 어떤 불안감에 직면해있고, 극복해나가는 여정의 길잡이가 된다. "기계혁명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때마다 기계와 인간의 노동을 둘러싼 긴장은 늘 있었고, 인간은 새로운 풍요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결론을 내려야 했다. (...) 로봇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필요한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기술이다(pp.69-70)."

18세기 산업혁명기 러다이트 운동이 생각납니다.



역사를 보면 새로운 혁신은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경제이론을 소개한 대중서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을 발췌하여 가로질러 읽었다. 201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역사를 보면 새로운 혁신은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낸다.(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p.250)” 그래서 우리는 혁신의 열매는 더 많이 갖고, 부작용은 완화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201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론네트워크효과 그리고 플랫폼시장의 독과점에 대한 정책적 필요성을 고민하게 해준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들의 이론을 친절하게 소개한 대중서.



한편,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로서 ‘로봇세’에 대한 논쟁을 인상적으로 소개했다. 로봇세에 대한 긍정적, 비판적 견해를 중립적으로 제시하며, 입체적으로 조세 정책을 검토하게 돕는다. 물론 로봇을 통해서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는 자본가와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 사이에는 불평등이 심화된다. 그래서 로봇에 과세를 하자는 주장을 하곤 한다. 하지만, 로봇의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빌게이츠는 로봇세에 찬성합니다. 그가 늘 정답만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출처: 쿼츠 인터뷰)




비관과 낙관이 혼재하는 영역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아의 힘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도구는 몸(자아)의 확장이며, 도구는 미디어로서 인간에게 ‘메시지’ 자체가 된다고 보았다. 소위 말하는 4차 산업혁명 혹은 디지털혁명 4.0은 급격한 기술발전을 지칭하고, 기술발전은 도구의 변화와 발전을 수반한다. 기술발전의 동력은 ‘필요성’이고, 필요성은 인간 존재에 이유와 명분을 제시해준다. 기술발전을 통해 나온 도구의 변화는 결국 몸(자아)의 변화와 확장이다(p.351). 기술 발달에 따라 어떤 의미를 부여할 지에 대해 이견이 존재(p.343)하겠지만, 결국 확장된 영역에서의 주재력과 장악력을 얼마나 가지느냐에 따라서 삶의 의미와 모습이 달라진다. 이제는 ‘문송함’과 ‘낙심’을 내려놓고, 과도한 낙관보단 겸손하게, 과도한 비관보단 자신감을 가져본다. 비관과 낙관이 혼재하는 영역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아의 힘(p.345)”을 부여잡아 본다.

흔들리지 않는 자아의 확장을 응원합니다 (출처: 연애의 과학) 응?

이 책은 디지털혁명4.0, 4차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서라도, 삶의 철학서/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다가올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주고, 안도감을 주는 책이 되길 바란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자아의 힘'을 기르는 고요함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책이 되길바라며...



<같이 읽으면 좋을 책> 

(https://brunch.co.kr/@summit/17)


이 책을 읽고 가상화폐, 블록체인에 대해 읽어나가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읽고 서평을 하나 남겼습니다. 다른 책도 같이 읽는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으실거에요!


상단 메인그림의 출처는 JTBC 뉴스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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