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짙어지면 또 편지할게.
울고 있던 너에게,
냉정하게 돌아선 나.
의기소침해 있던 너에게,
한번도 안아주지 않았던 나.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던 너에게,
누구나 그런 거라고 다독이지 않았던 나.
아무 것도 못한채 흐름에 흘렸던 너에게.
아무런 위로를 주지 못 했고, 또 늘 방치했던 나.
따듯하게 안아주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고,
힘을 내라고 위로하기엔 너무 깊이 잊어버렸어.
지금 나는 검은 커텐이 햇빛을 가린 시간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린 쿠스코란 도시에 있어.
이 도시의 밤온도가 그때의 너를 따뜻하게 맞이해줄 것만 같아서
무작정 바다을 건너고 산을 너머 이곳에 너를 마음으로 데리고 왔어.
지금와선 하염없이 기다리면 오는 것이라고 말을 못하겠어.
차라리 그때의 너처럼 잊어버린 듯 누군가 삶에 대한 갈음을 종용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아.
그래서 무작정 네 마음가는대로 해보라고 다그치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다시 샘솟을 때도 있었어.
때론 격했던 감정의 표현도, 때론 누구도 알 수 없을 만큼 숨겨진 생각도.
모두 흐름을 바꾸기보단 스스로 견더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을 거야.
하지만 너의 찟긴 가슴을 방치했다는 자괴감이 한마디도 거들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결국 나는 너에게 한마디도 건내지 못하고…
부끄럽게도 지금 여기에서 그 시간 속의 미안함에 대한 용서를 구해봐.
그거 아니?
생각보다 미워하고 싫어하며 질투하는 사람보다,
좋아하고 너를 위해주며 아껴주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그리고 더 흥미롭고 다행인 사실은
너를 아는 사람보다 너한테 무관심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잊어선 안 돼.
늘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사는 것보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살아도 된다는 거야.
너를 믿으니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그래 지금의 나도 여전히 그때의 너처럼,
무척이나 행복하려고, 아프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어.
안녕?
한마디 위로도 건내지 못했던 내 기억 속 나의 20대에게.
내 깊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여행이 짙어지면 또 편지할게.
페루, 꾸스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