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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un 18. 2024

어떤 여유

필리핀 우기

땡볕이 숨 고르나 싶었는데

양철지붕을 타박하듯

찰박찰박 울림을 더하며

좌락~좌락 쏟아지더니

순식간에 길바닥이 넘치고, 곳곳이 파인다


몇 발자국 앞

성질 급한 외국인 무리들

쓸모 있을까 싶은 우산을 펼치니

둔탁한 소리는 우산을 부술 기세다


엄지와 검지 사이

발가락에 끈 하나 린 신발 신은 아낙들이

비 긋기를 바라는지

구멍가게 처마 밑에서

소곤대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니

외국인이 든 우산 기둥은

굵은 비에 비하면 가냘프고

비와 함께 온 바람은

땡볕에 막대 아이스크림 한 입보다 시원하단다


그래

365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삶에도

이 정도 여유는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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