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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나 May 03. 2023

<사적인 그림 읽기> 출간 알림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나만의 미술관으로 초대합니다

독자님들, 안녕하셨을까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


이 공간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단절되던 때 더 철저히 고요한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그림을 보고, 생각하고, 장문의 글을 남기는 사치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 시기는 제 길지 않은 인생에서 제일 막막하고 불안정한 나날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만 덕분에 많은 생각과 관계를 정리했고, 앞날을 정비했고, 주위 사람들과 더 돈독해졌습니다. 자의식 과잉이던 20대의 저보다 다가오는 매일을 겸허히 살아갈 뿐인 지금이 더 좋습니다.


2021년 한 해에 제일 많은 글을 썼습니다. 그 글들에 몇 편을 보강한 저의 첫 책 <사적인 그림 읽기>의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역사를 공부하던 제게 그림은 한 편의 사료(史料) 같았습니다. 치열하게 기록된 과거의 한 장면은 그 시대와 지금 나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게 하는 실마리가 되어주었어요. 개인적이고도 역사적인 감상을 나열하였기에 '사적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제목을 정했습니다.


'고요히 치열했던'이라는 부제는 제 매일의 정취와 잘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주목 받기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을, 그럼에도 숭고함을 잃지 않기 위한 열심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 나날을 '기록할 만한 무언가'로 만들어준 예술에 경의를 표할 따름입니다.  


이 책에는 우정, 경쟁, 다이어트, 관종, 세대 차이 등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로 쓴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열다섯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일상의 균형추가 되어준 그림과 과거의 이야기가 적재적소에서 글에 힘을 실어준다. 1부 「외롭지 않은 고독」에서는 외로움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오롯이 세우는 태도를 보여주고, 2부 「아름답게 치열할 것」에서는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숭고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미술작품을 통해 전한다. 3부 「고요하게 바라보는 시간」에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 앞에서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을 가만히 생각해보는 시간에 대해 풀어냈다.

지은이에게 그림은 감상의 대상을 넘어 역사 연구의 재료다. 파리 기념엽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 베로의 그림에서 가정에 귀속되었던 19세기 여성들의 활동 반경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공적 공간으로 확대되었는지 돌아보고, 안토넬로 다메시나의 「서재의 성 제롬」을 보며 중세에서 근대로 이어진 ‘읽기’의 역사를 살피는가 하면, 얀 마테이코가 그린 코페르니쿠스 그림에서 신성과 과학이 어색하게 공존하던 시기, 태양중심설이 촉발한 ‘세대 갈등’을 흥미롭게 짚는다.

그러나 각 이야기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고민에 대한 작은 해답을 이끌어내는 과정과 매끄럽게 얽힌다. 먼 나라와 여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미술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지은이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삶의 의미’이다. 마차 운전석에 앉아 파리의 신작로를 내달리는 여성, 책에 몰입하는 성 제롬, 프톨레마이오스에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그리고 뉴턴으로 이어진 세계관을 바꾼 과학자들 등, 지은이는 그림 속 인물과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 ‘고요히 치열했던’ 시간의 의미를 길어올린다.

“휘청거리는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고, 막막한 안개가 짙어질수록 더욱 균형을 잃고 허우적댔다. 줄 아래를 내려다볼 때마다 스스로 작다고 느꼈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 여유를 부려도 되는 사람들, 안정된 발판을 딛고 선 사람들로 북적대는 세상. 그곳의 떠들썩함과 달리 나의 하루하루는 참 고요하고 치열했다” _「프롤로그」에서

다른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노력으로 ‘고요히 치열했던’ 시간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학업과 진로 고민으로 방황하던 시기에 하나의 자구책으로써 미술과 역사, 자기 성찰을 엮은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새로운 지식과 관계 덕분에 흔들리더라도 자존감을 지키며 나아갈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제자리에서 숭고함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한 모든 이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힘이 되기를 바라는 지은이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 아트북스 출판사 서평 중에서


때로는 그림을 통해 깨달았고, 때로는 그림을 빌미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오랜 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제 글은 한편 한편 호흡이 길고, 정보와 사색이 넘칩니다. 가독성이 좋지 않은 이 플랫폼에서 그 무수한 말을 들어주며 모든 과정을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힘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업로드했던 글들도 정성껏 다듬고 수정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책으로 새롭게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려요. 책은 현재 예약 판매 중이고, 다음주(5월 둘째주) 초부터 배송과 매장 진열이 이뤄질 듯합니다. 아래 링크 걸어 놓을게요.


부득이 책에 수록된 글 일부는 브런치에서 내려두었어요. 출판도 마쳤으니 (똑같은 말만 몇 번째라 아주 민망스럽지만) 이제 정말 브런치에 다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사적인 그림 읽기>와 같은 글은 아니더라도, 그때그때 마음에 들어온 그림, 좋아하는 것, 요즘의 대화와 생각들을 기록하러 오겠습니다.



요즘은 그렇습니다.


'넌 특별해'라는 말보다 '우린 원래 다 하찮다'는 말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보다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말이 더 위로가 돼요. 철석같이 나의 특별함을 믿는 편보다, 나의 말도 안 되는 하찮음을 안주거리 삼아 사랑하는 이들과 박장대소하는 순간이 더 행복합니다. 그리고, 좀 꺾여도 괜찮더라고요. 부러지지 않았다면 그냥 하면 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유연성 좀 늘리고, 회복탄력성을 얻는 시간으로 보내면 됩니다.


내가 가장 하찮을 때, 마음이 꺾였을 때 글을 썼습니다. 그 결실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해 보일 만한 책이 되었으니 어쩌면 하찮음과 특별함의 차이는 종이 한 장만큼도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가지지 못한 것, 가보지 않은 길의 특별함에 넋을 빼앗겨 마음 꺾인 채 살지 않고, 오늘도 하찮고 사소한 나를 귀여워 해주며 주어진 삶과 곁에 있는 이들에게 그저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책이 나왔음에도 마음은 아주 잠잠합니다. (수고해주신 출판사를 생각하면 판매량은 걱정되지만요.) 책이 나를 더 특별하게 혹은 더 꼿꼿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늘도 특별함과 하찮음의 경계 어딘가에서 매시간 꺾이는 마음을 부여잡고 살고 있어요. 이 매일의 삶이 나를 어딘가로 이끌 테고, 무언가로 만들 겁니다. 그러니 당장의 결과에 목 매지 않고 모든 과정을 충분히 겪고 누리고 사유하고 아파하며, 충분히 살아내겠습니다.


그러다보면 곧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기겠지요. 살아내는 만큼 할 말도 많은 법이니까요. 보따리가 찰 때마다 오겠습니다. 반겨주세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감사합니다!




<사적인 그림 읽기> 구매 링크

-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863786

-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6061307

- 예스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691900

(예약 판매 중입니다. 배송 및 매장 진열은 5월 8~9일 경에 진행됩니다.)



p.s. 작가명이 변경되었습니다! 10년 가까이 Ashlee라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였고, 거기서 예전 작가명이 나왔었는데요, 출간 세 달 전쯤 본명과의 유기성을 고려해 바꾸어 놓았어요 ^^ 어떻게 유기적인지는... 설명 안 드리면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혹시 아시는 분 계실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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