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누군가를 바라볼 때
밤의 하늘은 바다처럼 깊다.
낮에 올려다보는 하늘은 단단한 평면, 대지의 느낌이라면 밤의 하늘은 공간감이 뚜렷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속을 들여다 보는 듯 하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물결처럼 놓여있을 것이다. 어떤 별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또 어떤 별은 너무나도 멀리에서.
반짝이는 별에서 시선을 옮겨 어둠 속 빈 공간을 가만히 바라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별이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조급함 없이 보고 있으면 이내 눈에 들어오는 작은 별들. 작고 희미하지만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는 존재들.
'나 저 별을 알아.' 라는 말 보다는
'나 저 별을 발견했어.' 라는 말이
더 설레는 것처럼.
누군가를 바라볼 때에도 깊은 밤하늘의 잔별을 찾을 때처럼 시간을 가지는게 좋겠다. 내 눈에 보이는 것들로 그 사람을 단정하고 나의 오해를 상대에 대한 이해로 착각하지 않도록. 잔별처럼 은근하게 나타나는 그 사람의 반짝임을 놓치지 않도록.
어쩌면, 아니 사실은 누군가 나를 바라봐줄 때의 바람일 수도 있겠다. '너를 이해해. 나는 너를 알아.' 라는 말은 시간이 흐르면 종종 '예전의 네가 아니야'라는 말로 변하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는, 처음 보는 나의 모습은 어쩌면 변한 게 아니라 드러나지 않았던 것 뿐일지도 모른다.
우리 서로를 바라볼 때, 밤하늘의 잔별을 찾듯이 천천히 시간을 가졌으면. 상대를 안다고 쉽게 단정하고 쉽게 실망하지 말고, 작은 빛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즐거움 속에서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나 저 별을 알아.' 라는 말 보다는 '나 저 별을 발견했어.' 라는 말이 더 설레는 것처럼. 서로의 밤하늘 속 잔별을 천천히 발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