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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Mar 04. 2021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다릅니다

개인의 자유만을 내세우는 시대

비단 오늘만 느꼈던 생각은 아니다.

코로나19 시국을 겪으면서, 전 세계를 보면서,

또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겪으면서 차곡차곡 쌓여온 생각들이다.


# 버스 옆자리에 올려둔 가방, 사람이 앉겠다고 표현해야 그제야 치워주는 사람들.

경기도에 살기 때문에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갈 일이 많다. 출퇴근 시간에는 만차인 건 말할 것도 없고, 앞뒷문으로 매달려 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여하튼 경기도민에게 발이 되어주는 광역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기 전에 난감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모두 한 번쯤 겪어봤을 일이라 자신한다.


옆자리에 자신의 가방, 쇼핑백 등 짐들을 올려둔 사람들이 많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올려둔 짐 앞에서 주춤거리면 얼른 짐을 치워준다. 이런 사람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어떤 이들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창밖을 보면서 모르쇠 한다. 그럼 난처한 표정으로 "저, 여기에 앉아도 될까요?"라고 말을 건네면 그제야 '어쩔 수 없이' 짐을 치워준다.


또 재밌는 때는,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고 버스 통로를 걸으며 자리 탐색하는 시간이다. 두 자리 중 한자리씩 이미 선점한 사람들은 자신의 옆자리에 누군가 올까봐 사람이 지나다닐 때마다 곁눈질을 하며 알 수 없는 신경전을 펼친다.(여기 앉을 거야..? 아니지?) 그런 이들은 옆자리에 꼭 본인 짐들이 놓여있다. 물론 모두라고 장담할 순 없겠으나 대부분이 그러했다.


버스에 올라 지불한 승차요금은 1인 요금이다. 주행 중 다음 정거장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을 때는 잠시 빈자리에 올려두는 건, 그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정류장들 속에서 당당하게 본인 짐을 올려두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엄연한 도둑질이라 생각된다. 승차요금으로 지불한 비용은 1인 요금 아닌가? 더더 재밌는 사실은 자리에 앉기 위해 짐 치워달라 말할 때 그분들의 표정이다. 당최 왜 기분 나쁘단 티를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되려 '죄송하다'라고 해야 하는 게 도리에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어찌나 당당하고 뻔뻔한지 하마터면 2인 요금 낸 줄 착각할 뻔했다.



#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자유가 허락되는 것이다

광역버스 중에는 창문이 없는 버스도 있지만, 간혹 있는 버스도 있다. 보통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곤 하지만 미세먼지가 사회 이슈로 크게 부각되면서 그마저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고 생각한다) 볼일을 다 끝마치고 집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탔다. 옆자리엔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고, 창문이 절반 열려 있었다. 버스는 경기도로 빠지기 전에 서울 시내를 한참 돌았다. 날이 많이 따뜻해지기도 했고 바람도 거세지 않았던 터라 창문이 열린 것에 크게 의식하진 않았다.


그러다 1km가 넘는 남산1호터널을 지나게 되었다. 터널은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대기질이 좋지 않다는 건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대부분 터널을 통과할 때면 열려있던 창문을 닫기 마련인데, 이 여자는 닫지 않고 외려 창문에 얼굴을 기대고 있었다. 나는 머뭇거리다 '창문 닫을 수 있을까요?'라고 요청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안돼요. 제가 멀미가 있어서요."

"아... 지금 터널 통과 중인데 잠시 닫으면 안 되나요?"

"네 안 돼요."


너무나도 단호한 태도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멀미가 있는 건 본인 사정이고, 저 뿐만 아니라 여기 주변 승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냐, 더구나 본인 사정이 있는 건 알겠는데, 적어도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태도여야 하는 거 아니냐 등 입안에 수많은 말들이 맴돌았지만 뱉지 않았다. '할말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라는 표현에 걸맞는 상황이었다. 뭐가 이리 당돌한지. 누구나 사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본인이 그러한 사정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특정 행동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 또, 설령 피해가 갈 만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상황 설명을 하고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해야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다. 뒤이어 뒷자리 아주머니께서 창문 좀 닫겠다고 말을 하셨다. 못 이기는 척 문을 닫는데 그마저도 시늉만 할 뿐 찔끔 닫고 가만히 있더라. 나는 만만해 보인 건지 당당하게 자신의 사정을 설파하더니 연장자에게 그런 말은 또 못 하겠나 보다. 시늉은 또 뭐람.


어느 때보다도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시대에,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는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는 언제 어디서나 통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또 본인이 그에 따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그 권리를 오남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디.



@YOGURT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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