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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의 액션 장면만 떼서 숏폼 영상으로 만든다면 훌륭한 바이럴 영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바이럴 된 영상을 보고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장편영화는 멋있는 한 두 장면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먼저 잘 한 건 잘했다고 하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의 액션이나 연출이었다고 할 순 없지만 <전,란>의 액션 장면 중에는 분명히 준수한 장면들이 있다. 물론 준수함의 8할은 도포를 휘날리는 강동원의 분위기지만 그것 말고도 청소년 관람불가 수준에 걸맞은 날카롭고 시원한 액션 장면은 관람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검을 이용해서 1:1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그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이런 준수한 액션 장면을 다 합쳐도 길이가 얼마 안 된다는 점이다. 분명히 영화의 배경이나 스토리 자체가 엉망인 건 아닌데 영화는 보여주고 싶은 장면에 몰두한 나머지 나머지 장면들을 거의 불태우는 수준으로 내달린다. 몇몇 장면에서는 캐릭터들의 결정이 납득되지 않고 아무리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개연성이 너무 박살 나서 몰입이 확 떨어지는 장면도 한두 장면이 아니다. 편집점마저 엉성해서 지금 장면이 어디에서 이어지는 것인지, 왜 이렇게 이어붙인 것인지조차 의문스러운 장면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스킵 하는 시간대와 이야기가 너무 많고, 이 덕분에 주연 캐릭터들조차 하나의 인물로서 완성되지 못하고 소모되는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전,란>은 20분 정도의 준수한 액션 장면을 위해 나머지 100분이 불타는 것 같은 영화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다듬었다면 액션도 살고 영화도 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결과물은 한 편의 영화로서는 많이 아쉬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