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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지을 때 설계와 시공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아무리 설계도가 좋아도 제대로 시공하지 못하면 결과물은 설계도와 다른 건물이 될 것이다. 영화 역시 기깔나는 시나리오와 대사만으로 완성되진 않는다.
<1승>에서는 신연식 감독의 손길이 느껴진다. 이야기 구성부터 대사까지 신연식 감독의 장점이 발현되는 부분이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각각의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나 1승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납득되지 않는 구간은 없고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담고 있어서 퍽 인상적인 대사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배구라는 스포츠를 잘 모르더라도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스포츠 영화답게 긴장감 있는 경기 장면들도 흥미롭다.
틀은 잘 잡혔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아쉬운 점들이 많다.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 등장인물들이 쏟아지는데 각각의 인물에 투자되는 시간은 태부족이다 보니 누구 한 명 제대로 된 캐릭터로 살아나지 못한다. 107분짜리 영화에서 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스킵 되어버리는 점도 문제다. 계단을 한 칸씩 밟고 올라가다가 갑자기 3칸을 뛰어넘어버리는 느낌이라 이입되고 있던 감정마저 깨져버린다. 그나마 송강호와 박정민이 경험으로 다져진 연기력으로 고군분투하지만 간신히 영화의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정도에 그칠 뿐 그다지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진 못한다.
결론적으로 <1승>은 잘 짜인 틀을 갖췄음에도 캐릭터와 캐릭터, 캐릭터와 이야기,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를 이어줄 시멘트가 부재한 느낌이다. 훌륭하게 연출된 클라이막스의 경기 장면과 신파를 덜어낸 이야기 등 장점도 있는 영화였기에 오히려 찬찬히 풀어낼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