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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ity Jun 17. 2018

어제의 악마, 오늘의 죄인.

#the record of vanity

어제, 그 누구보다 악마였던 내가.

오늘, 그 누구보다도 못한 죄인이 되어있다.


별일 아닌 일에도 한순간의 감정의 태풍에 휩쓸려 분노가 온몸의 기운을 감돌 때가 있다.

당장 따지지 않으면 안되고, 당장 마주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되어버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누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무릎 꿇은 상대방은 담담히 내 감정의 쓰레기를 받아준다.

그렇게 더럽고 더운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다시 빈 깡통이 되고 마는데,

악한 감정을 비워낸 나는 다시 누구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 모든 것이 죄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천사가 아니라 죄인이다.

평소에 안부를 묻지 못하고 상대에게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것이 천하의 이기주의를 부린 것처럼 미안하고, 주말동안 엄마가 바삐 움직이는 동안 게으름 피운 것이 세기의 불효자인 것처럼 죄스럽다. 그리고 이미 죄를 짓고 난 후에야 깨달은 것도 한심스럽다.

그림 출처 : 책「요코씨의 말」


문득 내가 힘들지 않을때, 누군가는 분명 힘들고. 내가 힘들 때, 누군가는 조금 더 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이 스쳐간다. 그리고, 악마와 같던 어제의 모습과 죄인같던 오늘의 이중적인 나의 모습이 너무도 우습고 가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여, '그래,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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