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크리스마스의 선물이기를...
홍콩에서 나처럼 해외입국으로 시설 격리를 하던 사람들 간에서 공기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나왔단다. 감염자들은 복도를 두고 다른 방에서 지냈고 문 앞에 제공받은 식사를 가지고 들어갈 때만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나와 상황이 똑같다. 이렇게나 강력한 전파력이라고?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이 갑갑한 시설 격리, 그래 필요하겠구나 싶기도 한다.
첫날밤이 지났다. 호텔은 공항 바로 앞인데 스카이뷰라 불리는 활주로가 보이는 방이다. 비행기 뜨고 내리는 거 지겹도록 보겠구나 했는데 코로나 시국에 비행기도 거의 뜨지 않고 창 밖으로 사람 한 명 볼 수 없어 아쉽다. 보이는 건 주기되어있는 비행기들의 꼬리들 뿐. 사람을 못 보고 지낸다는 게 이렇게 쓸쓸한 일일 줄은. 이걸 하루 만에 느낄 줄은.
격리 어플을 통해 화상 전화가 왔다. ai를 통한 전화라 상대방은 볼 수 없고 내 얼굴을 화면의 틀에 맞추고 배경을 보여주며 30초를 유지하면 된다. 하루 한 번 체온이며 건강 상태도 체크한다.
만 세 살도 안 된 아이는 여기 어디야? 할머니 이모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가자. 는 말을 열 번도 더 했다. 여러 방식으로 설명을 해줘 보았지만 역시 이해가 안 되는 모양. 최대한 신나게 지내려 바리바리 싸온 장난감을 다 꺼내고 온갖 놀이를 개발하며 시간을 보내보지만 놀이터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몇 배는 느리게 흐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