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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연한출발 Dec 07. 2021

코로나 시국, 일본 시설 격리 일기 2.

오미크론, 크리스마스의 선물이기를...

홍콩에서 나처럼 해외입국으로 시설 격리를 하던 사람들 간에서 공기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나왔단다. 감염자들은 복도를 두고 다른 방에서 지냈고 문 앞에 제공받은 식사를 가지고 들어갈 때만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나와 상황이 똑같다. 이렇게나 강력한 전파력이라고?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이 갑갑한 시설 격리, 그래 필요하겠구나 싶기도 한다.


첫날밤이 지났다. 호텔은 공항 바로 앞인데 스카이뷰라 불리는 활주로가 보이는 방이다. 비행기 뜨고 내리는 거 지겹도록 보겠구나 했는데 코로나 시국에 비행기도 거의 뜨지 않고 창 밖으로 사람 한 명 볼 수 없어 아쉽다. 보이는 건 주기되어있는 비행기들의 꼬리들 뿐. 사람을 못 보고 지낸다는 게 이렇게 쓸쓸한 일일 줄은. 이걸 하루 만에 느낄 줄은.


격리 어플을 통해 화상 전화가 왔다. ai를 통한 전화라 상대방은 볼 수 없고 내 얼굴을 화면의 틀에 맞추고 배경을 보여주며 30초를 유지하면 된다. 하루 한 번 체온이며 건강 상태도 체크한다.


만 세 살도 안 된 아이는 여기 어디야? 할머니 이모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가자. 는 말을 열 번도 더 했다. 여러 방식으로 설명을 해줘 보았지만 역시 이해가 안 되는 모양. 최대한 신나게 지내려 바리바리 싸온 장난감을 다 꺼내고 온갖 놀이를 개발하며 시간을 보내보지만 놀이터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몇 배는 느리게 흐르는 시간.


아침 식사. 샐러드는 매끼니에 포함되어 있다. 운동 부족에 대한 보완책이려나? 그 외에 식빵, 요거트, 달콤한 빵, 주스, 사과. 아침 밥을 좀 늦게 찾아갔더니 전화가 걸려왔었다.
간사이 공항 제2터미널이 보이는 스카이뷰... 코로나 시국의 스카이뷰는 빈 활주로


한국에 뽀통령이 있다면 일본엔 호빵맨이 있다.
점심 식사. 일식이 좀 질렸다 싶었는데 치킨펜네파스타! 가지, 주키니도 들어있었다. 후식은 와라비모찌
아이와의 격리는 쉽지 않다. 미안하고 안쓰러울 따름
저녁 식사. 치킨과 두부탕수 외에 일본식 반찬들. 후식은 떡과 젤리. 후리카케도 줬다. 매끼니 녹차도 한 병씩
커다란 실내화를 신어서 불편해 하는 아이를 위해. 일회용 실내화를 자르고 접어서 리폼했다. 이제 놀 거 다 논 것 같은데 아직 다섯 밤이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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