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연한출발 Dec 11. 2021

코로나 시국, 일본 시설 격리 일기 3.

인간은 적응의 동물

귀국 3일 전, 시설 격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걱정인 것은 33개월 딸이었다. 혼자 하는 격리였다면 집순이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에겐 전혀 문제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나와는 매우 다른, 엉덩이가 매우 가벼운 남편을 똑 닮아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가 6박 7일 동안 호텔 방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니. 비행기 취소를 할까 연기를 할까. 하룻밤을 꼴딱 새며 고민했으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이러다 입국이 완전히 막힐 수도 있을 것 같아 귀국을 강행했다. (현재도 내가 영주권자이고 아이도 한일 이중 국적이라 입출국이 가능한 상황. 외국인에 대한 신규 입국은 정지)


도착하자마자 호텔에서 나갈 때까지 내내 울면서 나가자고 조르면 어쩌지? 뭘 하고 놀아야 시간이 빨리 갈까? 온갖 한국 먹거리로 채워 넣으려 했던 제일 큰 여행 가방을 아이의 장난감과 간식거리로 채워 넣었다.


엄마 여기가 어디야?

응 여기 호텔이야. 엄마랑 둘이 호캉스 온 거야.

호캉스는 호텔에서 재미있게 노는 거야!


격리 시설인 공항 근처 호텔로 가는 길. 집으로 보내주면 안 될까요.


5시간이 넘는 입국 수속에 지친 몸으로 아이와 집이 아닌 호텔방으로 들어왔을 때 당장에라도 다시 한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과 집에 갈 수 없다는 사실, 이 방에서 7일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아이에게 티 내면 더 혼란스러워할 것 같아 최대한 밝은 얼굴로 아이에게 설명을 하고 짐을 푸는데 아이가 묻는다.


엄마 기분이 안 좋아?

엄마 괜찮아. ㅇㅇ가 있어.


결국 숨기지 못한 감정을 읽은 아이는 내 기분을 살피고 위로까지 해주었다. 혼자라면 나았을 걸 했던 나의 생각은 틀렸었다. 격리 5일째인 오늘까지 아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고 식사를 가져오거나 쓰레기를 내놓는다고 문을 열 때도 같이 잠깐 밖을 구경하고 경비 아저씨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할 뿐 나가겠다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머리가 커버린 큰 동물은 걱정만으로 밤을 지새웠는데 작은 동물은 자연스레 상황을 받아들이고 즐기고까지 있다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과연 그랬다.


인간은 무엇에나 적응하는 동물이며
무엇에나 적응할 수 있는 존재이다.

도스토옙스키


 

격리 3일차 6일차 아침에 pcr검사를 한다. 타액검사인데 아이는 충분한 양을 뱉지 못해서 안타깝지만 코로 검사
제2터미널 활주로가 보이는 일명 스카이뷰.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도 많이 뜨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시국, 일본 시설 격리 일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